국민의당 '줄타기' 행보로 존재감 커질까

야권 공조 적극 나서는 한편 '새누리당표' 법안 일부 참여하기도

입력 : 2016-06-01 오후 5:24:18
[뉴스토마토 최한영기자] 국민의당이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사이에서 외줄타기를 하며 몸집 키우기를 시도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가습기살균제 문제 등에서는 야권 공조를 먼저 제안하는 한편 새누리당이 당론으로 발의하는 법안에 소속 의원들이 이름을 올리는 등 새누리당과의 협력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1일 평화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국회의장을 어디에서 갖든 법사위원장은 야당이 갖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은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이 무산되거나 국회법 개정안의 청와대 거부된 점 등을 들며 법사위원장을 야당이 맡아야 한다는 주장을 유지하고 있다. 국회의장직 등 원 구성을 놓고 더민주와 새누리당이 벌이는 신경전에서 국민의당이 일정한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다. 

 

박 원내대표는 “법사위원장이 국민의당에 배정된다고 하더라도 소화할 능력 등을 생각해 더민주가 갖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이 경우 지금까지는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다른 당이 맡아왔던 전례에 비춰볼 때 새누리당이 국회의장을 맡을 수 있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의장직을 두고 선거운동까지 벌이고 있는 더민주 내 중진의원들 입장에서는 당혹스러운 부분이다. 의장을 노리는 정세균, 박병석 의원은 지난달 29일 더민주 초선 의원들이 진도 팽목항 방문을 위해 국회에 집결할 때도 현장에 직접 나와 일종의 '선거운동'을 하기도 했다.  

 

상임위 배분 과정에서 영향을 미치려는 포석이 아니냐는 질문에 이용호 국민의당 원내대변인은 “너무 많이 나간 것 같다. 의장단(배분 협상)을 먼저 하고 순차적으로 하기 때문에 아직까지 상임위까지 논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보건복지위와 교문위·산자위·농해수위 등을 중점 상임위로 놓고 2곳의 '알짜배기 상임위' 위원장직 확보를 시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의당의 수싸움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국민의당이 전날 더민주·정의당과 함께 백남기씨 과잉진압 사건·어버이연합 게이트 진상규명을 우선 제안한 것도 야당 내 이견이 없는 이슈들에 대해 선제적으로 나섬으로써 발언권을 높이기 위한 일환으로 보인다. 국민의당 김관영 원내수석부대표는 더민주·정의당 원내수석들과의 회동 후 기자회견에서 “민생현안과관련해 국민적 의심을 해소하기에 미흡한 여러가지 이슈들에 대해 야 3당이 공조해 정의를 바로세우는데 뜻을 같이 하기로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런가 하면 국민의당 일부 의원들은 새누리당이 당론으로 추진하는 법안에 서명하기도 했다. 지난 30일 새누리당 소속 의원 전원이 서명해 발의된 '지역전략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프리존법' 발의자에 김관영 원내수석부대표와 장병완 의원, 김동철 의원이 이름을 올린 것이다. 

 

이들 의원의 지역구가 법 시행의 혜택을 받는만큼 서명을 하지 않을 이유도 없지만 개원 첫날 발의한 '새누리당표' 법안에 이름을 올렸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해당 법안은 더민주에서 처리에 유보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 김성식 정책위의장(왼쪽부터)이 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 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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