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메트로, 사고 재발방지책 발표…"이미 시행 중인 대책 재탕"

사장 공석 중 직무대행이 발표…관련자 문책도 "진상규명 후에"

입력 : 2016-06-01 오후 7:06:02
[뉴스토마토 조용훈기자] 서울메트로가 지난 28일 구의역에서 발생한 사고와 관련해 재발방지 대책과 향후 진행될 진상규명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앞서 같은 사고가 3번이나 발생한 상황을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과 함께 사태 수습에 급급한 면피용 대책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서울메트로는 1일 오후 2시 서울 구의역에서 서울메트로 사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정수영 안전관리본부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향후 사고 진상규명을 위한 계획과 자체적으로 마련한 재발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서울메트로가 이번에 발표한 재발방지대책안에는 승강장 안전문 작업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와 8월 자회사 설립 및 인력 증원 계획이 포함됐다. 또 전담관제시스템 설치와 센서 방식 개선 등의 기술적 보완을 약속했다. 하지만 승강장 안전문 작업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는 이미 앞서 발생한 성수역과 강남역 사고 이후 즉시 시행 됐어야 할 대책이었다. 
 
서울메트로는 또 앞으로 작업 내용이 관련 부서에 통보되지 않으면 작업자가 스크린도어 문을 열 수 없도록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통보체계를 개편하고 장애가 발견되면 정비작을 할 때 서울메트로 직원과 동행 하에 작업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오는 8월1일로 예정된 자회사 설립과 관련해서는 부족한 인력을 보강해 2인 1조로 정비 작업을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증원 인력은 현재 2곳인 거점사업소를 4곳으로 확대해 현장출동 시간을 단축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자회사 설립은 이미 사고 발생 이전인 지난 23일 서울메트로 이사회를 통해 의결된 내용으로, 이번 사고 이후 마련한 재발방지대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게다가 은성PSD와의 계약이 오는 30일 종료되는 상황에서 서울메트로는 자회사 설립 이전까지 계약 연장을 통해 은성PSD 소속 직원들의 고용 안정성을 보장하고 자회사 설립 이후에는 고용승계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서울메트로가 내놓은 기술적 보완방식도 이미 앞서 진행 중인 사업이 대부분이다. 책임자 처벌에 대해서도 서울메트로는 시와 합동으로 운영하는 사고진상규명위원회를 통한 원인규명 이후에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책임을 질 것인지에 대해서는 원인규명 이후에 발표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발표에 앞서 정 본부장과 서울메트로 관계자들은 이번 사고로 희생된 김모(19)씨 부모와 가족을 향해 머리를 숙였다. 정 본부장은 "사고 당일 현장 직원들의 진술만을 토대로 언론 브리핑을 진행했다"며 "사고 책임을 고인에게 전가해 유가족 분들께 깊은 상처를 드린 점에 대해 다시 한 번 사과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치권에서도 대책마련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2일 철도 등 생명안전업무 분야에 대한 비정규직 채용을 금지하고 외주를 제한하는 일명 '스크린도어법' 4건을 발의할 예정이다. 스크린도어법은 19대 국회에서 자동폐기된 '생명안전업무종사자의 직접고용 등에 관한 법률안'과 '산업안전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그리고 20대 국회에서 첫 발의될 예정인 '철도안전법' 등이다. 
 
국민의당은 이날 박주현 최고위원을 위원장으로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사고 대책 특별위원회'를 발족했다. 정의당은 이른바 '구의역 사고 재발방지법'을 6월 국회에서 최우선으로 처리할 것임을 예고했다. 여기에는 19대 때 폐기된 '산업안전보건법'과 '기업과실치사 및 기업살인법'의 주요 내용이 포괄적으로 담길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국회 차원의 진상규명을 약속했다. 다만 정진석 원내대표가 전날 "서울시와 서울메트로의 안전관리 책임은 없는 것인지, 시민들의 안전이 너무 소홀히 다뤄지는 것은 아닌지 이런 문제에 대해 국회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겠다"고 언급해 결국 박원순 서울시장을 겨냥한 행보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1일 오후2시 서울 광진구 구의역 대합실에서 정수영 서울메트로 안전관리본부장 겸 사장 직무대행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구의역 사고 원인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대책 발표 기자회견에 앞서 취재진과 시민들을 향해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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