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토마토 김지영기자]지난달 28일 지하철 1호선 구의역에서 발생한 안전문(스크린도어) 사망사고와 관련해 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의 간접고용 규모가 1155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계에서는 인건비 절감을 위한 '위험의 외주화'가 이번 사고의 주요 원인인 만큼 용역·도급 형태로 번지고 있는 간접고용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일 고용노동부 고용형태 공시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기준 서울메트로의 소속 외 근로자는 1155명이었다. 소속 외 근로자는 협력·용역·사내하도급 업체 등에 소속돼 원청업체의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로 일반적으로 간접고용 노동자로 불린다. 서울메트로는 오는 8월부터 안전문 유지보수 자회사를 설립해 운영한다는 계획이지만 자회사로 고용이 승계되는 노동자는 167명에 불과해 나머지 1000여명의 노동자는 지금과 같은 간접고용 상태로 남게 된다. 이번 사고로 숨진 김모(19·남)씨도 서울메트로와 용역계약을 맺은 협력업체 소속이었다.
반면 5~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특별시도시철도공사는 지난해 기준 6714명 전원을 직접고용하고 있다. 서울도시철도공사는 용역·도급계약 없이 서울도시철도그린환경주식회사와 서울도시철도엔지니어링 등 2개의 자회사를 설립해 각각 1715명, 416명을 고용 중이다.
공교롭게도 안전문 사고가 발생했던 성수역(2013년 1월), 강남역(2015년 9월), 구의역은 모두 서울메트로가 운영·관리하는 2호선이었다. 피해자 또한 협력업체 소속 간접고용 노동자였다. 반면 5~8호선에서는 2012년 이후 작업 중 안전사고는 한 차례도 발생하지 않았다.
지난달 31일 서울 광진구 2호선 구의역 스크린도어 수리공 사망사고 현장에 희생자를 추모하는 문구가 적힌 메모지가 붙어 있다. 사진/뉴시스
노동계는 이 같은 차이가 '외주화' 유무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반적인 용역·도급계약은 비용절감 및 경영·인사관리 편의를 목적으로 이뤄진다. 협력·하도급업체에 고용을 떠넘김으로써 원청업체는 직간접 노무비와 사회보험료, 인건비를 절약할 수 있고 근로기준법상 고용 의무 및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 조치 의무에서 자유로워진다. 특히 협력·하도급업체에서 사고가 일어나도 산재보상보험료율 인상 등 추가적인 비용 부담이 발생하지 않는다.
반대로 협력·하도급업체는 최저가 입찰에 따라 비현실적으로 적게 책정된 입찰금액을 조건으로 모든 안전·보건상 의무를 떠안는다. 이 때문에 작업인원을 축소하고, 인건비를 줄이고, 1인당 업무량을 늘리는 식으로 비용을 절감해 손실을 메우게 된다. 여기에 안전·보건과 관련한 원청업체의 감독·지원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 점도 안전사고를 발생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오민규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직전략사업실장은 "이번 사고와 판박이로 강남역 사고가 있었고 몇년 전에는 철로에서 침목을 나르던 노동자 5명이 한꺼번에 열차에 치여 숨진 사고가 있었다"며 "상황은 조금씩 다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는데 열차를 운행하던 사람은 철로나 스크린도어에서 작업 중이라는 사실을 몰랐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사람들의 소속이 같았다면 작업 상황이 공유돼 이런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시스템상 원청업체의 관리 대상에서 벗어나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오는 7일부터 2주간 서울메트로와 안전문 유지보수업체인 은성 PSD 등에 대해 특별감독을 실시할 예정이다. 고용부는 서울고용노동청 주관으로 근로감독관 및 안전보건공단 직원 등 모두 38명을 투입해 안전보건 관리실태 전반에 대해 점검할 계획이다.
다만 산업안전보건법 등 노동관계법 위반 여부 감독만으로는 위험업무 외주화로 인한 부작용을 예방하는 데 한계가 있어, 관계부처 간 협업을 통한 종합적인 대책이 요구된다.
세종=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