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수기자] 국내 뷰티업계가 이른바 '대박'을 이어가고 있는 중국과 달리 일본에서는 연일 부진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일본은 연간 화장품 수입 규모 10억달러 이상의 큰 시장이지만 일본만의 독특한 유통·영업 방식과 보수적인 소비심리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에이블씨엔씨(078520)의 브랜드 '미샤'는 지난 1일부터 중국, 대만, 홍콩, 태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필리핀, 브루나이, 미얀마, 몽골, 카자흐스탄, 베트남 등아시아 12개국에 라인프렌즈 에디션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며 본격적인 아시아시장 공략에 나섰으나 일본은 수출 대상국 명단에서 빠졌다. 에이블씨엔씨는 당초 '라인'의 본고장 격인 일본과도 협의를 진행했지만 결국 라이선스 계약을 맺진 못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에이블씨엔씨의 일본법인 미샤재팬은 지난해 6억5335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수년째 적자를 이어오고 있다. 매출액 역시 지난해 140억2027만원으로 전년(159억5507만원) 대비 12.1% 하락했다.
일본사업이 부진한 것은 비단 미샤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내 뷰티업계 전반적으로 일본에서 부진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090430)은 2006년 일본에 론칭한 럭셔리브랜드 '아모레퍼시픽'을 8년만에 철수한 바 있다. 아모레퍼시픽 일본법인의 지난해 매출액도 431억6400만원으로 전년 대비 5.6% 감소했다. 같은 기간 중국에서 매출 1142억원과 186억원에 달하는 순이익을 올린 것과 대조적이다.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에 따르면 대 일본 화장품 수출액은 2013년 1억5111만달러(1780억3308만원), 2014년 1억4473만달러(1779억8775만원), 지난해 1억3779만달러(1623억48만원)로 매년 감소세를 띄고 있다. 수출 점유율 역시 2013년 12.3%, 2014년 7.7%, 지난해 4.7%로 줄고 있다.
이 처럼 일본사업이 부진한 것은 국내와 다른 일본 화장품 시장의 독특한 영업방식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의 화장품 유통은 국내와 달리 현지 소매점들이 도매상 격인 '홀세일(whole sale)'을 통해 일괄적으로 제품을 공급받기 때문에 '홀세일' 입점이 가장 중요한데, 일부 한국 기업이 입점에 난항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 처럼 다소 보수적인 소비심리를 갖고 있는 일본시장에서의 성공을 위해서는 그동안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상품의 개발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일본 화장품 시장의 진입장벽이 높고 익숙한 로컬 브랜드를 선호하는 보수적인 경향이 있기 때문에 'BB크림'이나 '쿠션 파운데이션'같은 기존 화장품의 틀을 깬 참신하고 획기적인 제품 개발이 필요하다"며 "어떻게 한국적인 색을 입힐 것인지 고민하는 것이 성공의 열쇠가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국내 화장품업계의 일본 수출이 매년 하락세를 띄고 있다. 사진은 일본인 등 외국인 관광객을 맞고있는 서울 명동의 화장품 매장들의 모습. (사진=뉴시스)
이성수 기자 ohmytru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