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6월의 첫날 국민들은 끔찍한 폭발사고 소식과 함께 아침을 맞았다.
지난달 28일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의 후유증이 채 가시기도 전에 경기 남양주시 지하철 공사현장에서 4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부상을 당하는 대형사고가 또 발생한 것이다.
확실한 사고 원인은 조사 중이지만 지금까지 조사된 바로는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후진국적 '인재'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건설현장의 안전불감증 문제는 매년 반복되고 있다. 그때마다 정부의 각종 대책과 안전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언론보도가 쏟아지지만 효과는 그때뿐, 지속되지 않는다.
건설현장은 다른 산업현장에 비해 특히 안전사고가 많이 발생한다. 정부가 집계한 지난해 기준 전체 산업 평균 재해율은 0.50%인데 반해 건설업은 0.75%를 기록했다. 또 2013년 567명, 2014년 486명, 2015년 493명 등 매년 건설현장에서 500명에 가까운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17일에도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가 합동으로 '건설현장 취약요인별 맞춤형 사고예방대책'을 마련해 국가정책조정회의에 보고한 바 있다.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건설현장을 조성하고 2020년까지 1만명 중 사망율 30%를 줄이겠다는 게 정부의 목표다.
건설업 평균에 비해 재해율이 2배 가량 높은 공사비 50억원 미만의 소규모 건설공사와, 사고 시 대형참사로 이어지는 가시설물 공사, 사고빈도가 증가하는 건설기계 공사를 3대 취약요인으로 선정하고 집중 관리하기로 했다.
영세한 소규모 건설현장에 대한 안전지원 확대 방안과 안전관리 이행실태를 강화하기 위한 대책도 내놨다.
하지만 매번 발표되는 안전대책에도 현장의 행태는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이를 실천하기가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건설현장에는 인화물질을 비롯해 각종 위험물이 산재해 있지만 비용절감과 공사기간 단축을 위해 제대로 안전장비를 갖추지 않거나 규정된 방식으로 작업을 하지 않는 사례가 여전히 많다. 남양주 사고만 해도 가스 관련 사고 예방 조치만 제대로 했어도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전문가들은 현장에서의 ‘빨리빨리’ 문화와 ‘괜찮겠지’라는 무사안일주의가 우선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아무리 완벽한 대책이라도 실행으로 옮기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얘기다.
안전 사각지대에 몰려 있는 비정규직에 대한 관심도 필요하다. 원청업체가 하청업체를 선정할 때 대부분 최저가 입찰을 하다보니 하청업체들은 안전 장비 등 안전관리비를 가장 먼저 줄이기 일쑤다. 여기에 정해진 공사기간 일정을 맞춰야 하다보니 안전교육도 제대로 진행될 수 없는 구조다.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사고 당사자는 대부분 비정규직인 경우가 많다. ‘위험의 외주화’ 논란이 나오는 이유다. 원청업체의 안전사고 책임을 강화해 원청업체의 안전관리 역량이 하청업체와 현장 근로자들까지 확대되도록 법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
안전관리가 곧 비용이라는 건설사들의 생각도 바뀌어야 한다. 세월호 침몰사고를 비롯해 최근 몇 년 간 계속된 각종 안전사고로 안전사고에 대한 인식은 높아졌지만 안전비용에 대해선 여전히 인색하다.
건설 현장이 산업재해 발생이 높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젊은층의 기피현상이 심화되고 현장은 점점 노령화되고 있다. 안전에 대한 투자는 곧 건설업의 미래를 위한 투자다.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