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오랜 경력의 예능인 이경규는 "예능의 끝은 다큐멘터리"라고 말한 바 있다. 최근 예능의 추세는 마치 그의 말을 따라가듯 현실과 예능이 뚜렷하게 분간이 되지 않을 정도로 리얼한 모습을 담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빠르게 적응하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훔친 예능 다크호스 세 명이 눈에 띈다. JTBC '아는 형님'의 민경훈과 tvN '신서유기'의 안재현, KBS2 '1박2일'의 윤시윤이다. 예능인 출신이 아닌 세 사람은 자연스러운 자신의 모습을 가감 없이 선보이며 웃음을 자아내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맹활약 중인 민경훈-안재현-윤시윤(왼쪽부터). 사진/뉴시스
밴드 버즈의 보컬 민경훈은 '아는 형님'에서 이수근, 김희철과 함께 큰 웃음을 자아내는 멤버로 거듭나고 있다. 평소 자신의 모습을 감추지 않고 솔직히 표현하는 그의 성향이 '아는 형님'의 멤버들과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다. 특히 강호동 앞에서 주먹을 불끈 쥐거나, 이단 옆차기를 할 때의 진지한 모습은 이제껏 본 적 없는 개그 코드다. 그간 예능에서 강호동은 놀림을 받은 뒤 때리는 역할을 담당해왔는데, 민경훈 앞에서 만큼은 기죽은 생쥐처럼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이러한 강호동의 소위 '쫄은' 모습은 '아는 형님'만이 가진 색다른 재미다. 멤버인 이수근을 통해 한층 자연스러운 모습을 선보이는 중인 강호동은 민경훈과의 조합까지 더해지며 예전의 명성을 되찾는 듯하다.
뿐만 아니라 미모의 여자 게스트가 등장하면 미소를 감추지 못하는 표정이나, 독특한 형태의 '발연기' 역시 민경훈만의 장점이다. '아는 형님' 전효성·경리 편 2부 콩트에서 그가 애드리브로 연기한 "아저씨는 내 아버지가 아니에요"는 팬들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되는 등 민경훈은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모델 출신 배우 안재현은 '신서유기'에서 폭발적인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가감 없는 솔직한 면모로 형들은 물론 시청자들의 마음도 빼앗고 있다. 강호동의 첫 인상을 묻는 질문에 "솔직히 폭력적으로 봤다"고 하거나, 퀴즈를 풀 때 나오는 의외의 백치미는 색다른 매력으로 다가오고 있다.
구혜선과의 결혼으로 화제를 모은 그는 "사랑한다"는 내용이 담긴 문자를 서슴없이 공개하기도 하며, 미션을 벌일 때 지기 싫은 마음에 상대 팀의 물건을 숨기는 독한 모습을 보이는 등 이중적인 매력으로 군입대한 이승기의 빈자리를 완벽히 메우고 있다. '1박2일'부터 이어진 세 멤버 사이에서 순진함과 긍정적인 태도, 패기로 무장한 그는 거친 예능에 씩씩하게 적응하고 있다.
최근 군에서 복귀한 배우 윤시윤은 '1박2일'에서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김주혁을 대신해 이 프로그램에 합류한 그는 안재현과 마찬가지로 순박한 이미지로 시청자를 사로잡고 있다. 윤시윤은 KBS2 '제빵왕 김탁구', tvN '이웃집 꽃미남' 등 단정하고 반듯한 이미지를 뒤엎고 무모하면서도 '2%' 정도 부족한 모습으로 신선한 얼굴을 내비치고 있다.
또 미션에서 패한 뒤 자전거를 타고 베이스캠프까지 이동하게 된 상황에서 "자전거를 타고 싶었다"며 긍정적인 모습을 보이거나, 김종민, 데프콘, 차태현 등 형들의 짓궂은 장난을 모두 받아주면서도 웃어보이는 그의 얼굴은 일요일 밤 시청자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사로잡고 있다. 반듯하면서도 어딘가 엉성하고 시크했던 김주혁의 빈자리를 윤시윤의 '긍정 에너지'가 채우는 듯하다. 윤시윤은 JTBC 드라마 '마녀보감'에서도 주연으로서 맹활약하는 등 최고의 한 해를 보이고 있다.
함상범 기자 sbrai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