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전 세계 축구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유로 2016 프랑스'가 개막한다.
11일 오전 4시(한국시간) 프랑스 생드니의 스타드 드 프랑스 경기장에서 개최국 프랑스와 루마니아의 조별리그 A조 1차전을 시작으로 다음 달 11일 결승전까지 1달간의 열전에 들어간다. 지난해 11월 발생한 파리 연쇄 테러 때문에 대회 연기까지 거론됐지만 유럽은 축구를 포기하지 않았다. 철통보안과 경기장 인근 경계근무가 강화된 가운데 "대회 정상 운영"을 천명했다.
세계 축구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작은 월드컵'
유로 2016은 4년마다 열리는 월드컵과 자주 비교돼 '작은 월드컵'이라는 별칭이 붙는다. 어떤 면에서는 절대 강자와 절대 약자도 없는 유럽 축구 국가들의 특성상 월드컵보다 더욱 치열한 대회로 꼽히기도 한다. 월드컵이 전 지구인의 화합과 다양한 대륙의 특성을 축구로 표출한다면 유로 대회는 좀 더 축구의 본질에 집중하는 대회다. 축구의 대륙답게 전력 차가 거의 없는 팀들이 저마다의 전략과 전술을 갖고 나온다. 세계 축구의 흐름을 읽으려면 유로와 코파아메리카(남미축구선수권대회)를 보면 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유로 대회 사무국은 이번 유로 2016부터 기존 16개국에서 24개국으로 참가국을 늘렸다. 24개국은 4팀씩 6개 조(A~F조)로 나뉘어 각 조 1~2위 팀과 3위 팀 중 성적이 좋은 4팀이 16강에 진출한다. 그 다음부터는 지면 곧장 짐을 싸서 돌아가는 치열한 토너먼트 승부로 우승팀을 가린다.
'우승후보' 독일·스페인·프랑스 외에도 모두가 강팀
복수의 현지 언론과 축구 전문 도박사들의 분석을 종합하면 독일, 스페인, 프랑스가 우승후보로 꼽힌다. '전차군단' 독일은 유로 대회 3차례 우승(1972·1980·1996년)과 3차례 준우승(1976·1992·2008년)을 달성한 만년 우승후보다. '무적함대' 스페인 역시 3차례 우승(1964·2008·2012년)을 맛봤지만 최근 2회 연속 우승을 했다는 점에서 상승세가 매서운 팀으로 불린다.
하지만 최근에는 개최국이라는 이점을 지닌 프랑스의 우승을 예상하는 목소리도 커지는 분위기다. '아트사커' 프랑스는 2차례 우승(1984·2000)을 경험했다. 16년 주기로 우승컵을 들러 올린 가운데 공교롭게도 올해도 그 주기와 겹쳐 개최국 이점이 더욱 두드러지는 중이다. 하지만 이들 외에도 벨기에, 잉글랜드, 이탈리아 등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려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팀들이 즐비한 게 유로 2016의 특성이다.
D조와 E조, 매 경기 놓칠 수 없는 '죽음의 조'
이번 대회의 '죽음의 조'로는 D조와 E조가 꼽힌다. D조는 스페인, 체코, 터키, 크로아티아가 묶였다. E조는 벨기에, 이탈리아, 아일랜드, 스웨덴이 배정됐다. 스페인은 최근 한국 축구대표팀과 경기에서도 드러났듯 미드필더진의 세밀한 패스 게임이 압도적인 팀이다. 체코 역시 그라운드의 '모차르트'로 불리는 토마스 로시츠키와 체흐(이상 아스널) 골키퍼가 골문을 버티고 있다. 네덜란드를 탈락시키고 이번 대회에 출전한 터키도 아르다 투란(바르셀로나)을 필두로 끈끈한 축구를 펼치는, 얕볼 수 없는 상대다. 크로아티아 또한 이반 라키티치(바르셀로나), 루카 모드리치, 마테오 코바시치(이상 레알마드리드) 등 화려한 미드필더진을 자랑한다.
E조는 '스타군단'으로 불리는 벨기에가 단연 눈에 띈다. 골키퍼 티보 쿠르트아를 필두로 에당 아자르(이상 첼시), 빈센트 콤파니, 케빈 데 브라이너(이상 맨시티), 얀 베르통언(토트넘), 로멜로 루카쿠(에버턴), 마루앙 펠라이니(맨유) 등 대다수가 유명 빅클럽에서 뛰고 있다. 영국의 베팅 업체인 프로핏 어커뮬레이터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유로 2016에 출전하는 국가들의 23명 선수단 이적료를 조사한 결과 벨기에가 3억1890만파운드(약 5350억원)로 가장 높은 몸값을 자랑했다. 하지만 전통의 강호 이탈리아도 만만치 않다. 특히 이탈리아는 선수 구성을 떠나 국제 대회에서 유독 강한 팀이다. 골키퍼 잔루이지 부폰(유벤투스)이 지키는 든든한 골문을 시작으로 지오르지오 키엘리니, 레오나르도 보누치, 클라우디오 마르키시오(이상 유벤투스), 마테오 다르미안(맨유) 같은 이탈리아 특유의 단단한 수비력과 전술적 이해도를 갖춘 선수들이 즐비하다. 스웨덴은 세계 최고의 스트라이커라 불리는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파리생제르맹)의 이름만으로도 축구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팀이다. 아일랜드 역시 제임스 맥카시, 대런 깁슨, 시무스 콜먼(이상 에버턴), 존 오셔(선덜랜드), 로비 킨(LA갤럭시) 등이 있어 언제든 조 2위 안에 들어도 어색하지 않은 팀이다.
결승에만 올라도 2200만 유로 오가는 '축구 쇼'
전 세계 축구팬들의 눈을 사로잡는 대회인 만큼 상금 규모도 입이 벌어질 정도다. 유럽축구연맹(UEFA)은 이번 대회 우승 상금으로 2700만유로(약 354억원)를 책정했다. 2014 브라질월드컵 우승 상금 3500만달러(약 404억원)와도 큰 차이가 없다. 게다가 본선 진출 24개국은 참가비로만 800만유로(약 105억원)를 받는다. 또 조별리그에서 이기면 경기당 100만유로(약 13억원)를 받으며 비기기만 해도 50만유로(약 6억5000만원)의 성과급을 챙긴다.
16강 진출은 150만유로(약 20억원), 8강은 250만유로(약 33억원), 4강은 400만유로(약 53억원)로 상금이 차곡차곡 불어난다. 결승에 오르면 우승 여부와 관계없이 총상금 2200만유로(약 289억원)를 챙긴다는 계산이 나온다. 스타들의 화려한 '축구 쇼' 뒤에서 천문학적인 화폐가 움직이는 셈이다. 사람이 몰리는 곳에 돈이 몰린다는 소리가 유로 2016에도 적용된다.
*유로 2016 조편성
A조 - 프랑스, 루마니아, 알바니아, 스위스
B조 - 잉글랜드, 러시아, 웨일즈, 슬로바키아
C조 - 독일, 우크라이나, 폴란드, 북아일랜드
D조 - 스페인, 체코, 터키, 크로아티아
E조 - 벨기에, 이탈리아, 아일랜드, 스웨덴
F조 - 포르투갈, 아이슬란드, 오스트리아, 헝가리
임정혁 기자 komsy@etomato.com
지난해 11월14일(한국시간) 프랑스 생드니의 스타드 드 프랑스 경기장에서 열린 프랑스와 독일의 평가전에서 프랑스 선수단이 2-0으로 이긴 뒤 환호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