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한영기자] 20대 국회 전반기 의장에 6선의 더불어민주당 정세균 의원이 선출됐다. 17대 국회가 끝난 지난 2008년 이후 8년 만에 더민주 계열 의원이 의장을 맡게 되면서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과 국회의장이 같은 당 소속이었던 18·19대 국회 시기와는 다른 정부-국회 관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 의원은 9일 열린 20대 국회 첫 본회의에서 재석의원 287명 가운데 274표를 받아 국회의장에 선출됐다. 신임 정 의장은 당선 인사에서 “국회가 국민주권을 실현하는 핵심적 대의기구로서의 위상과 역할을 확립하고 3권 분립의 헌법정신을 구현해 나가겠다”는 말로 국회 운영의 포부를 밝혔다.
전북 진안 출신인 정 의장은 지난 1996년 15대 총선에서 전북 무주·진안·장수 지역구에서 당선된 후 내리 4선을 한 뒤 19·20대에서는 서울 종로로 지역구를 옮겨 당선됐다. 이번 총선에서는 새누리당의 유력한 대선후보였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꺾으며 정치적 능력을 증명하기도 했다. 2005년 열린우리당, 2008년 민주당에서 각각 당 의장·대표를 맡았을 당시 안정적으로 당을 운영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초 당 대표 후보군으로도 꼽혀온 정 의장은 일찌감치 국회의장을 노린다는 점을 분명히 하며 표밭을 다져왔다.
그가 국회의장에 당선되는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더민주와 새누리당은 국회 원 구성 과정에서 의장 자리를 놓고 법정 시한을 넘겨가며 줄다리기를 했다. 협상 초기에는 원내 1당에 등극한 더민주가 의장을 맡는 것이 당연시됐지만 새누리당에서 ‘의장은 여당이 맡아야 한다’는 주장을 들고 나오며 한동안 협상이 이뤄지지 않기도 했다. 결국 상임위원회 배분 과정에서 새누리당을 어느 정도 배려하면서 더민주가 의장직을 차지하게 됐다. 원 구성 협상과 별개로 정 의장을 비롯한 더민주 내 국회의장 후보군 의원들은 당내에서 개인 맞춤형 선거운동을 펼치며 득표에 힘써왔다.
정 의장은 이날 오전에 열린 더민주 의원총회에서 전체 121표 중 71표를 얻어 문희상(35표) 의원을 제치고 의장 후보로 선출됐다. 박병석 의원과 이석현 의원은 각각 9표·6표를 얻는데 그쳤다. 정 의장과 문 의원이 각축을 벌일 것이라는 당초 예상을 무색케 하는 큰 표차가 났다.
정 의장의 선거운동을 지원해온 한 의원은 “청와대와의 관계를 조율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에 있어, 정 의장의 부드러움이 오히려 통할 수 있다는 점을 의원들이 높이 산 것으로 본다”며 “다른 세력에 있는 사람을 이쪽으로 끌고올 수 있는 전략전술도 입체적으로 짰다”고 말했다. 더민주의 한 당직자는 “문 의원이 (처남 취업 청탁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는 점도 의원들이 약간 감안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더민주 국회의장 후보에 선출된 후 “많은 의원들이 저에 대해 온건하다고 평가하지만 20대 국회는 온건함만으로 충분하지 않을 것이다. 강경함이 필요하다”는 말로 정부와의 관계에서 각을 세울 수 있다는 분위기를 풍기기도 했다. 그는 “정부·여당을 심판하며 의회권력을 교체한 총선 민심을 받들고 경제위기와 레임덕 등의 정권 위기가 국가 위기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의회의 역할과 책임”이라며 위기 극복에 매진하는 국회 운영을 강조하기도 했다.
의장 선거 직후 이어진 부의장 선거에서는 새누리당 5선 심재철 의원과 국민의당의 4선 박주선 의원이 선출됐다. 국회 의장단이 꾸려짐에 따라 내주 부터는 본격적인 20대 회기가 시작된다. 13일에는 오전 공식 개원식 후 오후에 각 당에 배분된 상임위원장 선출이 예정되어 있다.
정세균 신임 국회의장이 9일 국회에서 열린 20대 첫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