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 깊어지는 6·15공동선언 16주년

완벽히 단절된 남북관계…개성공단 기업인들 야당 찾아 '한계상황' 호소

입력 : 2016-06-14 오후 5:42:51
[뉴스토마토 최한영기자] 개성공단과 금강산에 사업장을 둔 기업인들이 14일 더불어민주당을 찾아 남북관계 단절로 피해를 입은 기업에 대한 지원책 마련을 촉구했다. 지난 2000년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채택한 6·15 공동선언 16주년을 하루 앞두고 야당들은 남북관계 회복을 위한 출구전략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기섭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를 만나 “2013년 개성공단 가동이 (6개월여 중단됐다가) 재개되는 과정에서 남·북은 ‘어떠한 정세 변동에도 영향을 받지 않고 공단을 안정적으로 운영한다’는데 합의했다”며 정부가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제재로 개성공단 가동을 중단한 것을 거듭 비판했다.
 
공단 중단 후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 기업들에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정 위원장은 “공단 중단 후 정부가 5200억원 가량을 재정에서 푼다고 했지만 이 중 3000억원은 보험금이며 공단이 정상화되면 상환하는 사실상의 무이자 대출”이라며 “당국자는 ‘이익을 보려고 투자했으면 손해를 볼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하는데 입주기업 입장에서는 속이 터지는 일”이라고 토로했다.
 
이들과의 간담회 직후에는 금강산기업인협회 관계자들이 우 원내대표를 찾아왔다. 최요식 금강산기업인협회 명예회장은 “8년전 금강산관광이 중단됐을 당시에는 개성공단과 같은 보험제도도 없었다”며 “기업인들이 겪는 말할 수 없는 고통이 시간이 지나며 묻히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최 회장은 금강산 내 기업인들의 재산을 정부가 인수해줄 것과 보험 소급적용, 지금까지 소요된 인건비와 위로금 지급 등을 요청했다.
 
6·15 남북공동선언 발표 16주년을 하루 앞둔 이날 야권은 남북관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어제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 국정연설에서 남북관계에 대한 새로운 희망이 아니라 더 경직된 정책을 제시했다”며 “제재나 압박만으로 대북문제가 풀리지 않고 대화와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대통령이 알아야 한다”며 정책 변화를 촉구했다.
 
정의당 김종대 의원은 중국 어선들의 서해 불법조업 문제와 관련해 “우리 어민들은 남과 북의 협력만이 유일한 대책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정부의 전향적인 대응을 촉구하기도 했다.
 
우상호 원내대표도 개성공단·금강산 기업인 간담회와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정경분리 원칙에 따라 개성공단 가동과 금강산관광 재개를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며 “박 대통령이 8·15 광복절을 기점으로 남북경협만큼은 재개 조치를 취해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꿈쩍도 안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전날 국회 개원연설에서 “북한 비핵화 과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는 결국 의지의 싸움"이라며 "앞으로도 정부는 국제사회가 지금처럼 단합해 북핵 문제에 단호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모든 외교역량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국내지역회의에 보낸 영상메시지에서도 대북 강경기조를 재확인했다.
 
이런 가운데 야권은 6월15일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발의했다. 더민주 정책부대표에 추가로 지명된 김한정 의원은 “박 대통령은 지난 2004년 6월 신한국당 대표 시절 6·15 선언을 ‘남북한 화해와 평화를 위한 역사적 업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며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6월15일을 국가기념일로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박주선 의원도 6월15일과 2007년 노무현 대통령과 김 국방위원장의 선언문이 체결된 10월4일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할 것을 촉구하는 결의안이 제출했다. 박 의원은 “보수정권 9년동안 평화가 실종되고 한반도를 둘러싼 불안만 높아진 가운데 20대 국회가 나서 그간의 남북 합의에 대한 이행 의지를 재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오른쪽 첫번째)가 14일 국회에서 열린 개성공단기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정기섭 위원장의 말을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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