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기자] 디젤차량에 대한 배출가스 조작 여파로 그룹차원의 내홍을 겪고 있는 폭스바겐그룹이 산하 브랜드 40개 이상 모델의 생산을 중단할 예정이다. 불신의 상징으로 자리잡고 있는 디젤모델 쏠림에서 과감히 벗어나 친환경차 중 인기있는 전기차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폭스바겐그룹은 폭스바겐과 아우디, 스코다를 포함한 12개의 산하 브랜드에서 총 340종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단종 제품의 구체적인 리스트는 발표되지 않았지만 판매가 저조한 디젤 모델이 주를 이룰 전망이다.
20일 로이터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내년 새로운 브랜드 전략에 따라 40개 이상의 차종에 대한 생산을 중단한다. 이를 위해 수십억 유로의 자금을 대거 투입, 오는 2025년까지 디젤스캔들 오명을 벗고 새로운 녹색 이동수단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한다는 계획이다.
폭스바겐 관계자는 "얼마나 많은 모델이 생산이 중단될지 정확히 정해진 바는 없다"고 말했다.
한때 유럽산 클린디젤 전성시대를 이끌었던 폭스바겐그룹 디젤 모델 가운데 주력 차종인 폭스바겐 제타와 비틀, 골프, 파사트와 아우디 A3 등이 지난해 디젤 배기가스 저감장치 사태에 이어 최근 연비 조작까지 잇달아 휘말리며 브랜드 신뢰도 급추락의 주범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막대한 손실을 입고 그룹 이미지 제고를 위한 쇄신책을 강구하던 폭스바겐 입장에서 파문의 핵심인 디젤 차종을 주력 차종으로 안고가기엔 부담이 크다는 분석이다.
앞서 폭스바겐그룹은 지난 16일 마티아스 뮬러 회장이 직접 나서 '전략 2025'라는 이름의 향후 10년간의 경영 계획을 발표하며 라인업의 대대적 변화를 공식 발표하기도 했다. 오는 2025년까지 30종 이상의 전기차를 출시해 연간 200만~300만대를 달성하고, 현재 1%대에 불과한 판매 비중 역시 최대 25%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전기차 배터리 기술을 새로운 그룹 핵심 역량으로 키우기 위해 최소 100억유로를 투자하는 한편, 자율주행차 기술에도 집중해 향후 10년내 완벽한 자율주행차량을 시장에 진입시킨다는 포부다.
폭스바겐그룹이 내년 40개 이상의 차종 생산을 중단한다. 주요 단종 차종은 최근 파문의 주범인 디젤 모델이 유력해 보인다. (사진은) 지난 1일 검찰이 '유로6' 적용 차량의 배출가스 실험 결과 조작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압수 수색한 경기도 평택 출고장에 보관중이던 차량들. 사진/뉴시스
이같은 폭스바겐은 결정은 특히 국내 수입차 시장의 판도 변화를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폭스바겐은 디젤 라인업을 중심으로 BMW, 메르세데스-벤츠와 함께 70%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시장에서 판매 중인 총 27종의 폭스바겐 차종 가운데 디젤 모델은 19종으로 7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판매량 측면에서 디젤 무게감은 더욱 커진다. 지난해 폭스바겐 전체 3만5778대 중 약 85% 가량인 2만9710대가 디젤 모델이었다. 연초부터 디젤게이트 여파를 고스란히 가져온 올해 역시 80%에 가까운 비중을 보이며 변하지 않는 인기를 유지했다.
한편, 검찰은 최근 폭스바겐 독일 본사가 국내 판매 차량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배출가스 인증 기준을 맞추지 못하게 되자 해당 차량의 소프트웨어 조작을 직접 지시한 정황을 확인하고 인증담당자의 진술을 확보했다.
여기에 해당 차종이 가솔린 모델인 골프 1.4 TSI로 밝혀지며 디젤 뿐만 아니라 가솔린 모델 구매자들까지 집단 소송 조짐을 보이는 등 폭스바겐 사태는 또 다른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