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도 캐도 끝없는 고구마 줄기처럼 대우조선해양의 각종 비리가 위험 수위를 넘어서 악취가 진동하는 수준까지 왔다.
대우조선해양 임직원의 땀과 눈물로 일궈낸 세계 최고의 조선사라는 자부심은 부정·비리의 온상으로 서서히 침몰하고 있다.
최근 남상태 전 사장과 고재호 전 사장은 재임하던 2006년부터 2015년까지 5조원대 분식회계를 저지른 정황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인에게 수의계약을 통해 10년간 일감을 몰아주고, 본인은 차명으로 투자 회사로부터 10억원에 달하는 거액의 주식을 챙긴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또 일개 차장은 8년간 180억원에 달하는 회삿돈을 뒷주머니로 챙기면서 명품으로 몸을 휘어 감았다.
상상이나 가능한 얘기인가? 흔히 기업의 구매와 영업 관련 부서는 사내 감사가 사장 집중되는 곳이다. 언제 어디서든 돈의 유혹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과연 차장 한 명이 180억원에 달하는 거액을 혼자 횡령할 수 있다는 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기업의 과장·차장급만 돼도 해당 업무와 환경에 익숙해지고, 어떤 유형과 방식으로 부정한 행위가 일어날 지 가늠할 수 있다.
또 돈을 물 쓰듯 흥청망청 뿌려대는데 누구 하나 의심하지 않고, 발견도 못했다. 아마도 위부터 아래까지 총체적으로 썩어 있었기에 가능했던 사건이다. 주인 없는 회사의 슬픈 초상이다.
문득 대우조선해양을 보면서 세월호가 떠올랐다. 침몰하는 여객선에서 나만 살면 그만이라는 무책임한 생각이 소중한 어린 생명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쓰러져 가는 대우조선해양에서 나만 살겠다고, 잽싸게 빨대를 꼽아 단물을 빼먹는 거머리와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대우조선해양을 살리기 위해 천문학적인 국민 세금이 들어갔지만, 밑 빠진 독에 세금 붓기나 다름없다.
과거 대통령 후보로 엉뚱한 말을 많이 했던 허경영씨의 “나라에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도둑놈이 많은 거다”라고 했던 말이 생각난다.
노동자들은 무슨 잘못인가? 현대중공업이나 삼성중공업 노동자들처럼 똑같이 피땀 흘려 정직하게 배를 만들었지만, 대우조선해양의 부채비율은 무려 4000%에 달하는 부실 덩어리로 낙인 찍히고 말았다.
채권단과 경영진의 잘못으로 시발된 문제를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면서 인력 구조조정과 핵심 사업부 분할매각이라는 극단적 방법을 꺼내 들고 있다.
물론 회사가 어려워지면, 경영진과 노동자 모두가 어려움을 감내하고 극복해야 하지만, 그보다 우선 시 돼야 하는 건 부실 경영에 대한 책임을 묻고, 비리를 끝까지 추궁해 처벌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지금 대우조선해양에 시급한 건 인위적 구조조정보다 이런 쥐새끼들을 색출하고, 구멍 난 독을 메우고, 철저히 감시할 수 있는 주인이 절실한 시점이다.
김영택 기자 ykim9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