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현준, 국가대표 국제대회 출전 꿈 이뤘다…올림픽 대표팀 발탁

입력 : 2016-06-27 오후 3:18:51
[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축구 미생' 석현준(25·FC포르투)이 국가대표로 국제 대회에 진출하고 싶다는 오랜 꿈을 이뤘다.
 
27일 발표된 2016 리우올림픽 축구대표팀 최종명단 18인에 석현준은 와일드카드(23세 초과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신태용 감독은 공격수 손흥민(24·토트넘)과 미드필더 장현수(25·광저우 부리)를 일찌감치 와일드카드로 낙점한 상황에서도 남은 한 자리에 공격수인 석현준을 선발했다. 신 감독은 "마지막에 석현준이 황의조(성남)와 경합했는데 체코, 스페인과 벌인 유럽 원정을 보고 발탁했다. 힘과 집중력이 좋아졌으며 앞에서 흔들어주는 모습도 좋았다"면서 "석현준이 미디어 인터뷰를 통해 뽑아주면 최선을 다하겠다고 하는 등의 모습을 보며충분히 고려해 발탁했다"고 말했다.
 
신태용 감독의 말대로 석현준의 이번 올림픽 진출은 그의 의지가 있기에 가능했다. 그는 "난 지금까지 한국을 대표해서 메이저 대회에 나간 적이 없다"면서 "한국을 대표해 대회에 나갈 기회만 주어진다면 꼭 출전하고 싶다"고 의지를 불태워왔다. 소속팀이 올림픽 출전에 부정적인데도 거침없는 발언으로 출전 열망을 숨기지 않았다.
 
석현준의 합류는 올림픽 대표팀의 공격 활로를 뚫어줄 카드로 꼽힌다. 황희찬(20·잘츠부르크)을 제외하면 상대를 압도할 공격수가 없다는 평가 속에서 최근 석현준의 몸놀림이 날카롭기 때문이다.
 
석현준은 지난 1월 FC포르투 유니폼을 입은 이후 한층 진화했다. 최근 성인 축구대표팀의 스페인, 체코 평가전에서 가장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몸싸움을 마다치 않는 근성과 190cm의 장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제공권 등은 상대 수비수를 괴롭히기에 충분했다. 특히 체코전에서는 선발 출전해 세계적인 골키퍼 페트르 체흐(아스널)를 앞에 두고 보란 듯이 강력한 슈팅을 꽂아 넣었다. 베테랑 골키퍼 체흐가 석현준의 강력한 슈팅에 움찔하는 장면은 한국 축구계에 길이 남을 명장면이 됐다.
 
석현준이 주목받는 이유는 또 있다. 유럽에서 뛰겠다는 꿈을 어렵게 실현해낸 이력이 있기 때문이다. 석현준은 '축구 미생' 혹은 '방랑자'라는 별명이 어울릴 정도로 여러 팀을 전전해 지금과 같은 자리에 올랐다. 20대 중반의 젊은 나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벌써 7번째 팀에 몸담고 있다.
 
석현준의 해외 첫 진출인 2009년 아약스(네덜란드) 입단은 '달걀로 바위를 친' 대표적 사례다. 신갈고를 졸업한 그는 당시 무작정 짐을 싸서 아약스 연습 구장을 찾아갔다. 도착 직후 석현준은 당시 아약스를 이끌던 마틴 욜 감독에게 테스트 기회를 달라고 사정한 끝에 정식 계약까지 맺으며 화제가 됐다. 제대로 된 청소년 대표팀 이력도 없던 그의 아약스 입단은 국내 축구계에도 적잖은 충격이었다.
 
하지만 아약스에서 석현준은 주전으로 올라서지 못했다. 1~2군을 오가다가 2년 만인 2011년에 방출됐다. 그러나 석현준의 도전은 멈추지 않았다. 이후 그는 흐로닝언(네덜란드), 마리티무(포르투갈), 알아흘리(사우디아라비아), 나시오날, 비토리아 세투발(이상 포르투갈)에 이어 현 소속팀인 FC포르투까지 옮기면서도 언제든 자신이 뛸 수 있는 팀을 향해 움직이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저니맨(떠돌이)'이란 별명을 얻기도 했다. 지금도 석현준은 팀 내 확실한 주전으로 분류되진 않는다. 하지만 소리소문없이 외국으로 나갔다가 돌아온 선수가 아닌, 자신의 힘으로 꿈을 현실화하는 선수가 된 것만은 확실하다.
 
한편 올림픽 대표팀은 다음 달 25일 브라질에서 이라크와 연습경기를 치른 뒤 닷새 뒤인 30일에는 스웨덴과 평가전을 갖는다. 석현준은 소속팀 일정을 소화하다가 다음 달 19일 현지에서 곧장 대표팀에 합류한다.
 
임정혁 기자 komsy@etomato.com
 
◇2016 리우올림픽 축구대표팀에 와일드카드(23세 초과 선수)로 뽑힌 석현준.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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