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광표기자]
롯데칠성(005300)음료와
농심(004370)이 국내 생수시장 2위 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올 상반기 내내 양사는 서로 다른 점유율 자료를 근거로 "우리가 생수시장 2위!"라고 주장하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양사의 이같은 신경전은 생수시장 성수기인 여름을 맞아 '진검승부'로 이어질 조짐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생수시장은 올 1분기 기준 누적매출 기준으로 제주 삼다수가 45.7%의 점유율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 부분에는 경쟁사들도 이견이 없다. 다만 생수시장 '2위'가 누구인가를 두고 롯데칠성음료와 농심 간에 주장이 엇갈린다.
양사간 물 전쟁의 포문을 연 것은 농심이다. 농심은 지난 3월, 백산수가 생수 브랜드 2위로 올라섰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시장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단일 브랜드 기준으로는 농심의 백산수가 6.8%의 점유율로, 5.2%의 점유율을 기록중인 아이시스8.0에 앞서 올 1분기 2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롯데칠성음료 측은 이를 평가절하하는 분위기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아이시스8.0과 함께 '아이시스'의 점유율(2.6%)까지 합칠 경우 전체 아이시스 생수 제품의 시장 점유율은 7.8%로 백산수를 앞선다"고 강조했다. 브랜드 다변화 정책으로 여러 제품으로 쪼개 출시했지만 사실상 아이시스 통합 브랜드로 봐야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농심 백산수가 지난해 12월에 이어 단일브랜드 기준으로 올해도 2위를 고수한만큼 롯데칠성음료에게 본격적인 위협의 대상이 됐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에 양사는 생수시장의 본격 성수기라 할 수 있는 올 여름, 마케팅 총공세를 펼쳐 누가 진정한 '2위'인지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이다. 전통적으로 여름은 생수 매출이 30% 이상 상승하는 계절이다. 생수업계의 마케팅이 여름에 집중되는 것도 계절적 특수 때문이다.
우선 농심은 여름을 앞두고 백산수 마케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신라면 광고모델로 발탁한 이세돌을 백산수 광고모델로 연이어 발탁했다. 농심은 민족의 영산 백두산 청정원시림에서 취수한 백산수와 최근 바둑대국을 통해 인간 대표로 불리는 이세돌의 연결고리를 맺고, '대한민국 대표 생수 백산수'의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이세돌을 모델로 발탁했다.
농심은 이세돌을 모델로 한 광고와 함께 여름철 홍보·마케팅 활동을 집중적으로 펼쳐 올해 두 자릿수 시장점유율을 달성하고 단독 2위의 자리를 확고히 하겠다는 각오다.
아울러 농심은 지난해 공격적 투자를 단행한만큼 올 하반기 '2위 굳히기'라는 본격적인 성과로 이어질 것을 기대하고 있다. 올해 백산수의 매출 목표도 지난해 350억원의 두 배 이상인 800억원으로 잡았다. 실제 신춘호 농심 회장은 신라면에 이어 백산수를 신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드러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 백두산 보호구역 안에 역대 최대 투자 규모인 2000억원을 들여 백산수 제2공장을 준공한 것도 이에 신 회장의 승부수다. 이같은 과감한 투자가 결국 '백두산 물'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해 지난해 12월 이후 약진을 거듭하는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도 3위로 밀려나지 않기 위해 올 여름에 사활을 거는 분위기다. 농심과 달리 다양한 생수 브랜드로 시장을 공략하는 기존 전략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아이시스8.0의 경우 최근 종영된 KBS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 간접광고(PPL)를 한 데 이어 최근 주연 배우 송혜교를 광고 모델로도 발탁하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공격적 마케팅은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롯데칠성음료에 따르면 아이시스8.0은 지난 2~4월 매출실적이 지난해 동기대비 40.3% 증가했다. 롯데칠성음료는 특히 유통 계열사를 활용한 아이시스 판로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실제 롯데마트 등에는 여타 다른 생수보다 아이시스가 눈에 잘 띄는 곳에 진열돼 소비자의 선택을 이끌고 있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드라마속 높은 PPL 효과는 SNS로 이어져 '송혜교 물'로 주목받으며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관련 검색 및 게시글이 폭주하는 등 인기가 치솟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 지역 명수로 자리매김한 아이시스 '평화공원 산림수'와 '지리산 산청수'도 매출이 동반증가하며 올해들어 지난 4월까지 롯데칠성음료에서 운영하는 통합 아이시스 브랜드의 전체 매출도 지난해 동기대비 21%나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올 하반기 광동제약의 제주삼다수 판권이 종료될 가능성이 제기된 만큼 2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업계관계자는 "삼다수가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만큼 올 여름 농심과 롯데가 사활을 걸고 2위 자리를 사수하려 나설 것"이라며 "결국은 마케팅과 판로확대 경쟁이 승부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롯데칠성 아이시스8.0을 생산하는 청원공장(위)과 농심 백산수를 생산하는 중국 옌지 백산수 신공장. (사진제공=각사)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