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용현기자] 영국의 유럽연합(EU) 탈출(브렉시트)이 확정되면서 국내 경제에 미칠 타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주택시장은 상승세가 더 이어질 것이라는 낙관적인 의견과 침체로 접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엇갈리면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서울에 거주하는 김 모씨는 최근 높아지는 전세가율에 소액으로 주택구입이 가능한 갭(Gab)투자를 통해 아파트를 구입하기 위해 지난 주 계약금 500만원을 지급했다. 동대문구 답십리동에 위치한 이 아파트의 매매가격은 5억원, 전세가격은 4억5000만원으로, 실투자금은 5000만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계약금 지급 이후 지난 24일 영국이 EU에서 탈퇴하기로 결정 되면서 김 씨는 계획대로 계약을 진행할지, 아니면 500만원을 돌려받지 못하더라고 포기할지 고민에 빠졌다.
김 씨가 주택구입 포기를 고민하는 것은 브렉시트로 인해 국내 경기는 물론 부동산 시장도 침체로 접어들 것이란 어두운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브렉시트로 세계 경제가 불안해지면 중국 등 신흥국 경제가 흔들릴 가능성이 높아지고, 신흥국 수출 비중이 60%에 이르는 우리 경제도 타격을 피해가기는 쉽지 않다. 전반적인 경제 침체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될 수 있는 자금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브렉시트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긍정적인 요소보다는 부정적인 부분이 많다. 증시에서 상당한 돈이 빠져 나가고 있고, 부동산 등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워낙 클 것"이라며 "광풍을 이어가던 분양이나 재건축 시장에 대한 정부의 규제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어 진정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 역시 "예상하지 못했던 돌발 악재였기 때문에 시장 관망세가 깊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당장 경제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모르는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심리 위축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이 국내 주택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재건축 중인 개포주공 3단지와 주변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뉴시스
반면, 저금리 기조 지속 가능성이 높은데다 전세난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어 수도권을 중심으로 임대 목적의 주택구입이 늘어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경제 침체로 인한 금리 인상 여력이 사라지면서 금융 상품보다는 여전히 높은 임대수익 선호가 지속될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경기 광명시 조은부동산 윤향은 대표는 "정부 규제 움직임과 함께 불확실성이 갈수록 커지면서 단기투자에 의한 시세차익보다는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원하는 문의가 늘고 있다"며 "상가나 오피스보다는 소형 아파트나 주거용 오피스텔 등에 대한 인기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투자 목적이 아닌 전세난 심화에 따른 실수요자들의 내집마련은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또 공급물량 증가에 따른 수요 소진으로 인한 지역별 양극화 현상 역시 갈수록 심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주택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가격 하락 가능성이 적고, 환금성이 뛰어난 역세권 등의 입지가 좋은 곳에 대한 선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용현 기자 blind2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