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기자]
삼성전자(005930)가 대반격에 나섰다. 중저가의 보급형 스마트폰을 앞세워 악화일로에 빠져있던 중화권 시장에서 승전보를 전해왔다. 토종업체들 및 애플과의 승부도 원점으로 회귀했다.
28일 현지 언론 및 업계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보급형 스마트폰 갤럭시J7는 지난달 대만에서 판매량 1위에 올랐다. 5.5인치 FHD 디스플레이, 1300만 화소 후면 카메라(전면 500만 화소), 3300mAh 배터리 사양으로 무장, 애플의 아이폰6s와 아이폰6s 플러스를 따돌렸다. 애플 또한 4월보다 5월에 마케팅을 더욱 강화하며 응수했지만 삼성전자 반격에 밀렸다.
삼성전자는 또 다른 보급형 모델 갤럭시J5를 4위에 올리며 강자의 면모를 되찾았다. 대만 브랜드 HTC의 디자이어728가 5위로 뒤를 이었다. 이어 대만 아수스텍의 젠폰2레이저 ZE500KL, 소니의 Z5,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5, 중국 오포의 F1, HTC의 One X9 순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활약에 힘입어 판매대수 기준 대만 시장점유율 25.1%로 선두를 유지했다. 2위 애플은 16.4%였다. 그 뒤를 HTC가 16.2%의 점유율로 바짝 쫓았다. 이어 아수스텍(15.3%), 소니(7.2%) 순이다.
매출 면에서는 프리미엄폰 위주인 애플이 41.6%의 압도적인 점유율로 선두에 올랐다. 중저가폰 비중이 높았던 삼성전자는 22.7%로 2위를 차지했고, HTC(12.3%), 소니(9.4%), 아수스텍(5.6%)가 뒤따랐다.
중화권 시장에서 로컬기업들에 밀려 입지가 약해진 삼성전자로선 이번 반격이 고무적이다. 갤럭시S7의 호실적에 이어 갤럭시A, J 시리즈 등 고급형과 중저가폰 투트랙 전략에 나선 것이 적중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프리미엄 시장이 갈수록 위축돼 중저가폰 전략의 성공은 더욱 절실해졌다.
애플 특허 전문 사이트 페이턴틀리애플은 업계를 인용해 애플 아이폰 판매가 9년 만에 처음 역성장한 데 이어 삼성전자와 화웨이를 비롯한 주요 안드로이드폰 벤더들이 세계 하이엔드 시장의 성장 둔화로 연간 출하량 목표를 낮추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와 화웨이는 3분기 출하량 목표를 10~20% 낮춰 부품 공급자들에도 재고를 줄일 것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은 올 1분기 사상 처음 마이너스 성장을 한 것을 비롯, 2분기에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는 라인업을 간소화하고 중저가폰의 매출 비중을 확대해 판관비를 줄이는 등 비용 개선에 힘쓰고 있다. 베트남으로 이전한 스마트폰 공장의 설비 가동률을 높이며 규모의 경제를 통해 중저가폰의 수익성도 확충해 나가고 있다. 이로 인해 수익성이 떨어졌던 중저가 라인업이 최근 최대 10%대까지 마진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고가폰과 중저가폰 모두 수익 창출이 가능한 구조로 체질 개선을 이뤄나가고 있는 것이다. 시장 침투력이 좋은 중저가폰 전략은 삼성전자가 삼성페이의 적용 국가를 확대해 핀테크 시장을 선점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스마트폰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중저가폰 A, J 시리즈의 판매량을 늘리며 수익성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