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형석기자] 임기를 5개월 남은 이광구 우리은행장이 마지막 인사에서 지점장급과 부지점장급의 승진자를 대폭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우리은행 지분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이광구 행장이 이들 관리자급의 경쟁을 심화시켜 조직의 수익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법으로 승진자를 늘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 관리자급들의 실적 경쟁은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000030)은 오는 4일 상반기 인사를 단행하고 당초 계획보다 90여명 늘어난 지점장급(90명)과 부지점장급(190명)에 대한 승진인사를 단행한다.
최근 몇 년간 평균적으로 이들 승진자가 200명(지점장급 50~60명, 부지점장급 120~170명)안팎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 승진자는 크게 늘어난 수치다.
이번 인사가 확정되면 승진자들의 실적 경쟁도 과거보다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우리은행이 적극적으로 점포 축소를 단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이미 29곳의 점포를 폐쇄한 우리은행은 이달 내 국내점포 29개를 추가로 없앨 계획이다.
이에 반해 본사에 추가되는 지점장급 자리는 10여곳에 불과하다. 결국 지점장급 승진자는 과거보다 30명 이상 늘어나지만 이들이 갈 수 있는 자리는 과거보다 20곳 가까이 줄어든 셈이다. 이에 우리은행은 센터와 대형 점포의 지점장급 인력을 늘릴 계획이다. 한 점포에 지점장급 인력이 늘어나면 이들의 경쟁도 심화될 수밖에 없다. 사실상 개인평가 대상인 부지점장급도 많아지는 만큼 부지점장급의 실적경쟁도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인사에 대해 우리은행 안팎에서는 이광구 행장이 관리자급의 실적 경쟁을 심화시켜 은행의 경쟁력을 높이려는 시도로 풀이하고 있다.
위비뱅크 등 핀테크사업부의 확대와 해외진출 활성화 등 차세대 먹거리 확보에서도 이들 인력을 대거 투입하는 반면, 경쟁에서 뒤처지는 인력은 설 자리가 갈수록 없어지는 것이다. 앞서 지난 4월 임금피크제 대상자 중 254명이 회사를 떠났지만 신규 채용 인원이 100여명에 불과했던 것도 일맥상통한다.
앞서 우리은행은 지난해 말 스마트금융사업단을 스마트금융본부를 대폭 확대 개편하고 조재현 상무를 부행장으로 승진시키기도 했다. 해외 점포도 늘려 지난달 말 기준 220여개인 해외점포를 연내 400개, 2020년까지 500개로 늘릴 계획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번 관리자급 대거 승진 인사는 지난해 말부터 이 행장이 추진한 조직개편과 일치한다"며 "국내 대부분 은행이 책임자급이 일반 행원보다 많은 항아리형 구조인 상황에서 이들 인력의 경쟁을 심화시켜 핀테크분야와 해외사업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추게 하는 의도가 포함돼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권은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이자수익 감소와 조선·해운사 구조조정으로 충당금을 쌓아야 하는 상황에서 은행의 수익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는 우리은행 입장에서는 관리자급의 실적 경쟁을 통해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관리자급들에게는 실적 경쟁에 대한 부담이 과거보다 상대적으로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이 오는 4일 단행할 임기내 마지막 인사에서 지점장과 부지점장급 승진자를 대거 발탁할 예정이다. 사진은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사와 이광구 행장. 사진/뉴시스
김형석 기자 khs8404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