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수연기자] KT의 쇼를 이용하고 있는 김모씨는 최근 청구된 데이터 요금을 보고 깜짝 놀랐다.
두달여전에 산 스마트폰 ‘미라지 폰’으로 무료서비스인 와이파이를 통해 인터넷을 사용했는데, 데이터 통화 요금 13만원이 부과된 것이다. 와이파이(WIFI, 무선랜)는 무선접속장치(AP)가 설치된 곳을 중심으로 일정 거리 이내에서는 인터넷을 무료로 이용하는 서비스다.
김씨는 KT에 전화를 걸어 어찌된 상황인지 물었다. KT측은 “무선랜을 쓰던 중 무선랜 이용망을 벗어나 3G로 변환된 상태에서 무선인터넷을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씨는 같은 자리에서 무선랜임을 확인하고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었는데 망을 벗어났다니 황당했다. 더구나 휴대폰에서 무선랜에서 3G로 자동변환된다는 아무런 알림을 받지 못했다.
김씨는 “무료서비스인 줄 알고 믿고 쓰고 있었는데 마음대로 무선랜에서 3G로 변환해놓고 요금을 부과하는게 말이 되냐”며 “유료서비스를 이용할 것이냐 아니냐를 결정할 수 있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범한 것”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휴대폰 이용자가 무선랜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 유료서비스인 통신사 무선망에 접속해 요금이 청구되면서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문제가 된 것은 일부 스마트폰 중에서 무선랜이 끊어질 경우 자동으로 통신사의 무선망에 접속되는 ‘자동재접속 기술’이다.
휴대폰 상단에 무선랜 표시가 3G망 표시의 아이콘으로 바뀌기는 하지만 이용자가 무선인터넷을 사용하던 상황에서 이를 인식하기는 쉽지 않아 무심코 사용할 경우 엄청난 비용을 물 위험이 있다.
이와 관련해 제조사인 삼성전자의 경우 본사와 삼성전자서비스센터 측이 같은 단말에 대해 설명하는 바가 전혀 다르고, 고객이 입은 피해 사안을 놓고 삼성전자와 KT간 ‘네탓’ 공방까지 벌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자동재접속 기능’이 있는 모델을 두고 삼성 내부에서조차 혼선을 빚고 있다.
삼성 본사측은 “윈도우모바일 6.1이 탑재된 단말부터는 무선랜 망을 벗어난 경우 3G망에 재접속을 하지 않는다”며 “사용자가 수동으로 브라우저에서 리로드를 하거나 고객이 단말기에 접속이 끊겼을때 재접속을 하는 애플리케이션이 설치된 경우 등에 한해 3G망으로 자동접속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7월부터 출시된 윈도우모바일6.1 운영체제 모델인 미라지(SCH-M480)모델부터는 3G망으로 자동재접속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삼성전자서비스센터 휴대폰 기술 상담원은 “윈도우모바일 6.1단말기가 처음 출시 될 당시에는 망을 벗어나면 3G로 바로 접속되기로 돼 있다”며 “이후 같은 기종을 업그레이드하면서 자동재접속을 차단하는 기능을 넣었다”고 말했다.
김씨의 휴대폰 윈도우모바일6.1 단말(미라지, SPH-M480)은 삼성 본사측이 설명한 몇가지 예외 상황에도 해당되지 않은 상태에서 3G망으로 자동재접속 됐으므로 삼성전자서비스센터의 설명이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3G망 자동재접속 차단 기능’을 두고 삼성측과 KT측이 벌이는 '네탓 공방'은 더욱 볼썽사납다.
삼성은 3G망으로 넘어갔을 때 사용자가 무선랜이 끊겼는지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3G망에서 페이지를 새로고침하는 경우를 막기위해 T옴니아 모델부터 기본적으로 무선인터넷 접속차단 설정 메뉴를 추가했다. 또 차단 기능을 설정하지 않았을 때에도 무선랜을 쓰다가 망을 벗어나면 페이지가 정지된다.
또 지난해 12월 T옴니아 이전 모델인 SKT 미라지폰 업그레이드 버전에는 차단기능을 추가했다. 그러나 같은 폰이라도 KT 단말기에는 이 기능이 빠져있다.
삼성전자서비스 센터에 따르면 개인적으로 단말기를 업그레이드해도 KT단말기는 차단기능 추가가 불가능하다.
이에 대해 삼성측은 “KT의 경우 사업자에 설정메뉴 추가를 문의했을 때 추가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해 빠진 단말기도 있다”고 답변했다.
KT는 “상식적으로 차단기능 추가를 거부할 이유가 없다”며 오히려 제조사의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KT는 “제조사에게 자동재접속 기술을 넣어달라거나 필요하다고 요구한 적이 없다”며 “삼성측이 마음대로 자동재접접속 기능을 추가해 고객들의 불만이 KT로 쏟아지면서 오히려 피해를 입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