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혁신 절실한 방송시장에 '올드'한 잣대 들이댄 공정위

입력 : 2016-07-06 오후 2:52:35
서영준 산업2부 기자
[뉴스토마토 서영준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SK텔레콤(017670)CJ헬로비전(037560) 인수합병(M&A)을 불허하면서 후폭풍이 거세다. 아직 전원회의가 열리지 않아 공정위의 최종 판단이 내려진 것은 아니지만, 사무처의 의견이 쉽게 뒤집힐 가능성은 적어보인다. 때문에 공정위 사무처가 이번 M&A를 불허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정위는 M&A 불허 요인으로 유료방송의 지역 점유율을 들었다. 공정위는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M&A가 승인될 경우 합병법인이 전국 23개 권역 가운데 21곳에서 1위를 자치한다고 판단했다. 이 가운데 15곳에서는 시장점유율이 60%를 넘어 경쟁제한성이 발생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유료방송 지역 권역 총 78곳 중 21곳에서 1위를 차지한다면 일면 문제가 있어보이기는 한다.
 
하지만 현재 CJ헬로비전은 유료방송 지역 권역 가운데 19곳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어 티브로드가 16곳, 딜라이브가 14곳 등이다. 공정위의 논리대로라면 SO끼리의 M&A는 앞으로 절대 불가능하다. 선제적이고 자발적인 구조조정을 요구하고 있는 현 정부의 정책기조는 애시당초 현실이 불가능한 셈이다. 
 
여기다 지난 2014년 미래창조과학부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해 유료방송 시장점유율 규제를 단순 종합유선방송(SO)을 넘어 전체 유료방송 가구의 3분의 1로 개선했다. 이는 유료방송 시장의 중심이 IPTV로 빠르게 이동하는 추세를 반영하고, 불필요한 규제를 풀어 SO에 대한 M&A가 활성화 될 수 있게 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유료방송 시장점유율 규제는 SO를 나누는 지역이 아닌 유료방송 전체를 따질 수 있는 전국 기준으로 봐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공정위의 판단 기준만 놓고 보면 구시대적 발상에 기인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M&A는 전국단위 사업자인 IPTV 사업자가 지역단위 사업자인 SO를 M&A하는 첫 시도다.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이 합병에 성공했다면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을 계산할 때 SK 계열로 묶여 합산규제 적용을 받게 된다. 이 경우에도 유료방송 시장점유율은 전체의 33%만 넘지 않으면 된다. 만약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M&A한다고 해도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은 25.8%에 그친다.
 
공정위의 이번 결정은 현행 법이나 케이블TV업계의 현실, 정부의 정책 기조와는 전혀 맞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가 SK텔레콤의 압도적인 무선지배력이 초고속인터넷, 유료방송 등 결합시장으로 전이돼 경쟁제한성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 이번 M&A를 불허했다면 차라리 납득하기 쉬울 것 같다.
 
서영준 기자 wind09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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