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수기자] 지난해 말 신라아이파크면세점과 갤러리아면세점63을 시작으로 새롭게 문을 연 신규면세점들이 오픈 초기부터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실적을 보이고 있다.
명품브랜드 유치에 난항을 겼었고, 중국인을 비롯한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을 유도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직 인지도가 부족한 탓에 내·외국인 고객을 대상으로 공격적인 마케팅 프로모션을 제공하고, 홍보활동에도 열을 올리는 등 '면세점 알리기'에도 몰두했다. 한화 이글스, 두산 베어스 등 모그룹이 프로야구팀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은 일제히 각 팀 유니폼에 광고를 집행하고, 무료 발렛파킹 서비스나 택시비 지원 등 각종 이색 프로모션도 펼쳤다.
결과는 시원찮았다.
호텔신라(008770)와
현대산업(012630)개발의 합작사 HDC신라면세점이 운영 중인 신라아이파크면세점은 지난해 12월 오픈 이후 지난 2월까지 168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한화갤러리아가 운영하는 갤러리아면세점63의 올 1분기 매출은 437억4165만원을 기록했다. 지난 2월 인사동에 오픈한
하나투어(039130)의 SM면세점은 올 1분기 19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달 문을 연
신세계(004170)면세점과
두산(000150)의 두타면세점은 각각 5억원대 후반, 4억원 가량의 일매출을 기록 중이다. 모두 당초 목표 매출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아주 저조한 실적이다.
이들 신규 면세점은 아직 해외 명품 브랜드도 입점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정도 매출이면 충분히 선전하고 있는 것이라는 해명이다. 하지만 업계는 신규 면세점들의 명품 브랜드 입점 자체가 미지수라는 시선이다.
현재 신규 면세점 중 현재 이른바 '3대 명품'으로 불리는 샤넬, 에르메스, 루이비통 입점에 성공한 면세점은 최근 루이비통을 유치한 신라아이파크면세점이 유일하다. 신세계면세점도 2017년 3월부터 하반기까지 루이비통, 샤넬, 에르메스 등 이른바 '3대 해외 명품 브랜드'를 입점시킬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지만 아직 계획 뿐이다. '콧대 높은' 해외 명품 브랜드 유치가 만만치 않다는 후문이다.
일부 신규 면세점은 해외 명품 브랜드 뿐만 아니라 아직 국내 화장품기업
아모레퍼시픽(090430)의 설화수, 헤라, 라네즈 등 주요 브랜드조차 입점을 마치지 못한 상태로 MD 구성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두타면세점은 이달 말께 아모레퍼시픽 브랜드가 입점될 예정이다.
이 처럼 저조한 실적을 보이고 있는 신규 면세점들은 올 연말 추가 특허가 주어지는 서울 시내면세점 입찰전을 바라보며 고민에 빠져있다. 추가 특허 입찰전에 참여할지 여부를 두고 계산기를 두들기느라 바쁘다. 판매물품을 모두 직매입으로 사들인 후 판매해야 하는 면세산업 특성상 시장점유율이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기 때문인데, 그렇다고 지금도 수익을 내기 어려운 마당에 점포 수를 쉽게 늘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애초에 면세점 사업 진출을 공개적으로 선언한
현대백화점(069960)과 지난해 말 기존 점포의 특허권을 상실한 롯데면세점 등을 제외하곤 올 연말 면세점 특허 입찰전에 참여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기업은 단 한 곳도 없는 이유다.
정부의 부가가치세 즉시환급 등 사후면세 혜택 확대 발표도 신규 면세점들의 발목을 잡았다.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해외 명품브랜드를 들여놓지 못한 신규 면세점들의 마지막 남은 매리트가 관세와 부가세, 개별소비세 등 세금을 면제해주는 '면세' 혜택인데, 백화점·마트 등에서 부가세 면세를 시행하면서 이 마저도 상당부분 뺏겨버렸다.
오매불망 중국인 단체 관광객에만 의존하려 하는 업계의 특성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그나마 올 초 6000여명의 중국 '아오란(AURANCE) 그룹' 단체관광객 등이 한국을 찾으며 신라아이파크면세점과 갤러리아면세점63 등 일부 신규 면세점을 방문해 높은 일매출을 올려줬지만 일회성에 그쳤다.
실제 갤러리아면세점63과 SM면세점 등 일부 면세점은 특허신청 당시 대규모 중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대형 버스주차장을 조성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단체 관광객 유치실적이 저조해 버스주차장을 다 채우지 못하자 최근 일반 주차장으로 슬그머니 바꿨다가 관할 구청의 단속에 적발돼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신규 서울 시내면세점에 고객의 발길이 뜸하다. 새롭게 문을 연 신규면세점들이 오픈 초기 고객몰이에 실패하며 저조한 매출을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수 기자 ohmytru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