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교육부 고위공무원 망언과 '개·돼지'된 99% 국민

정주호 숭실대 법학과 초빙교수

입력 : 2016-07-12 오전 8:00:00
정주호 숭실대 법학과 초빙교수
지난 8일 교육부 고위공무원이 한 언론사 기자들과의 저녁식사 자리에서 쏟아낸 정신 나간 망언으로 인해 국민들이 충격에 빠졌다. 해당 공무원은 당시 "99%의 민중은 개·돼지로 취급하고, 먹고 살게만 해주면 된다"며 기자들에게 당당히(?)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또한 그는 "구의역에서 사고로 사망한 19세 김 모군에 대해 갖는 연민과 아픔은 위선이다. 신분제를 공고히 해야 한다"는 등의 가희 충격적인 발언들을 쏟아내며 많은 국민들을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
 
단순히 헌법상 규정으로만 봤을 때 그의 발언에는 '사회적 특수계급의 제도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어떠한 형태로도 이를 창설할 수 없다'는 우리 헌법상 가치인 국민주권주의와 헌법 제11조 제2항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반헌법적 망언으로 가득하다. 이런 사상을 가진 사람이 과연 정부부처의 관료로 국민들을 위해 어떤 일을 했을까. 또얼마나 많은 관료들이 그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걸까.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그를 대한민국의 반역자로 규정할 만큼 거센 분노를 표출하고 나섰다. 망언도 망언이지만 이런 망언이 우리나라 백년지대계를 책임지는 교육부의 고위공무원 입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반발이 더욱 거세다.
 
그는 MB정부시절 교육부장관 비서관, 청와대 행정관, 교육부 대학지원과장, 교직발전기획과장, 지방교육자치과장을 거쳐 올 3월부터 정책기획관(고위공무원 2급~3급)으로 보임됐다. 소위 말하는 전도유망한 교육행정관료 타이틀을 달고 승승장구 했던 인물인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현재 그가 맡고 있는 정책기획관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누리과정(만 3~5세 유아 교육·보육과정), 대학구조개혁 및 타 부처와의 정책 조율 등 교육부 내의 주요정책을 정하는 핵심 보직이다.
 
이 같은 배경을 볼 때 교육부는 이번 사태를 한 개인의 소견으로 치부해 넘겨버리기 힘든 상황이다. 이토록 왜곡된 사고를 가진 인물이 교육부의 고위공무원으로서 과거 친서민교육정책을 홍보했고, 교육부의 핵심보직인 정책기획관까지 맡는 등 교육부 내에서 거침없이 성공가도를 달렸다는 점에서 그 동안 이루어진 교육부 정책의 진정성까지 의심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육부의 자세는 아직까지 소극적으로 보인다.
 
보통의 경우 정치인이나 고위 공무원들은 자신의 발언이 망언으로 구설수에 오르면 "취중발언이었다"거나"사적인 자리에서의 벌어진 우발적 실수"라며 구차한 변명을 늘어 놓는다. 이번 경우도 역시 문제가 불거지자 해당 공무원은 교육부 대변인을 대동하고 기자를 찾아가 "과음과 과로가 겹쳐 본의 아니게 표현이 거칠게 나간 것 같다. 실언을 했고, 사과드린다"며 단순한 해프닝인냥 면피하려 했다.
 
교육부는 논란이 일자 "해당 공무원이 과음한 상태에서 기자와 논쟁을 벌이다 실언했다"고 해명하면서 "대기발령 조치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교육부 해명에 포함된 '과음·논쟁·실언'이라는 표현을 볼 때 교육부가 이번 사건을 자기식구 감싸기, 또는 단순한 개인 실수로 덮으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비록 언론을 통해 그날 사건의 일부만 밝혀졌다 해도 해당 공무원의 망언 과정과 그 내용을 보면 자신의 핑계처럼 과음과 과로로 인한 단순한 실수 또는 일탈로 보기 어렵다.
 
그의 발언이 언론사 기자들과 교육부 대변인, 대외협력실 과장 등이 참석한 공적인 자리에서 이루어졌다는 점과 발언에 대해 참석한 기자들이 즉각 반발하며 거둬드릴 기회를 줬음에도 불구하고 일관되게 자기입장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이번 망언 사건을 보면서 한국 영화 속 유명한 대사가 떠오른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2항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가란 국민입니다."
 
▲"어차피 대중들은 개, 돼지입니다. 뭣하러 개, 돼지들한테 신경을 쓰고 계십니까? 적당히 짖어대다가 알아서 조용해질 겁니다."
 
많은 사람이 알고 있겠지만 앞의 대사는 2013년 1100만 관객을 모은 <변호인>의 명대사다. 이어 2015년 개봉해 900만 관객이 관람한 <내부자들>의 엔딩대사도 유명하다. 
 
대한민국을 99% 개·돼지 민중이 모인 동물공화국으로 전락시킨 정부부처 고위공무원의 망언에 대해 교육부가 두 영화의 대사 중 어느 대사에 방점을 찍을지 엄중히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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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관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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