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가에서 책이 잘 팔리지 않는다는 탄식이 나온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나라 경제가 좋지 않으면, 가장 먼저 한기(寒氣)가 전해지는 곳 중의 하나가 출판과 인쇄 관련 업종이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한국문학 작품의 판매량이 저조한 것은 문화의 민족임을 자랑하는 우리의 정서에 비추어보면 암울한 시그널의 하나였다.
그런 의미에서 소설가 한강 씨의 「채식주의자」가 세계 3대 문학상 중의 하나인 2016년도 맨부커상(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했다는 소식은 단비와 같은 것이었다. 그 기세를 타고 2016년 6월, 서울의 한 대형서점은 베스트셀러 순위에 우리나라 소설 세 권이 1, 2, 3위를 차지했다는 소식을 전하고 있었다. 「채식주의자」(한강)와 「소년이 온다」(한강) 「종의 기원」(정유정)이 바로 그 소식의 주인공들이다. 한국문학의 선전을 접하는 것은 참 오랜만의 일이다. 기쁘기 그지없다. 그러나 이 낭보와 더불어 우리의 마음속에는 그 영향이 얼마나 지속될까에 대한 두려움도 공존하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그 어느 때보다도, 이 기세를 어떻게 하면 계속 이어갈 수 있을까에 진지한 고민도 동시에 해야 하는 시기를 맞고 있다.
시간을 조금 거슬러 올라가서 10년 전의 한국문학의 상황을 살펴보자. 그 때는 외국문학 특히 일본소설이 한국의 출판시장에서 커다란 역할을 하던 때였다. 2009년 가을, 필자가 일본의 후쿠오카에서 열린 제3회 한중일 심포지엄에서, ‘문학을 통한 동아시아 공동체 형성을 위한 모색’ 이라는 논제로 발표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서울의 대형서점에서 발표한 자료를 인용하면서, 2006년과 2007년 당시에는 한국 출판시장에서 일본소설이 ‘소설분야 연간 판매 부수 상위 100권 중, 31권과 39권을 차지하였다고 보고하였다.
그에 비해서, 한국소설은 각각 21권과 26권이었다. 판매부수 점유율도 한국소설이 27.3%, 31%로, 일본소설의 24.5%, 27.7%와 거의 대등하였다. 그러던 것이 2008년이 되어서야 겨우 한국소설이 일본소설과 좀 더 격차를 벌리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판매된 소설 수는 26권 대 26권으로 동수였다. 그 이후에도 최근까지 한국문학은 베스트셀러 순위 최상위 그룹에서 여러 외국 문학에 밀려 적지 않게 고전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최근 10여 년의 통계를 바탕으로 보면, 한국 소설 혹은 한국 문학은 최근 일어나고 있는 한국 소설의 인기를 지속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내놓아야 한다는 소명의식을 안고 있는 셈이다. 이에 필자도 그 소명의식에 동참해야 한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한국문학의 발전을 위해 다음의 두 가지 조언을 내놓는다.
무엇보다, 어떻게 하면 우리 독자들이 한국문학에 대한 관심을 높일 수 있을까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적극적으로 찾아내야 한다. 전 국민 사이에 ‘우리 문학 읽기 운동’이 확산된다면 더 없이 좋은 사례의 하나가 될 것이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보편적 주제를 우리의 상황에 맞게 구성하는 작품의 생산이 전제되어야 한다. 작품이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에 통용되기 위해서는, 그 작품성을 인정받는 것이 중요하다. 동시에 지역적 특수성과 세계적 보편성을 공유하는 작품의 발굴도 담보되어야 한다. 그럴 때 경쟁력은 저절로 찾아오는 것이다. 이웃나라 일본의 소설이 세계시장에서 팔리는 이유도 이러한 요인에 힘입은 바 크다는 점을 참고로 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는, 지금 세계에 불고 있는 대중문화의 한류(韓流)에 한국 문학도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것이다. 한강 씨의 맨부커상 수상으로 한국문학이 미국, 유럽, 멕시코까지 진출하고 있는 것은 더 없이 좋은 재료다. 순수문학과 대중문학간의 경계 허물기는 물론 번역에 대한 새로운 인식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좋은 번역가를 양성하는 시스템의 구축과 함께 국가 차원의 한국 문학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 체계의 수립이 절실하다.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한류에 어떻게 편승하면 좋은지에 대한 해법을 찾아야 한다. 한국문학에 대한 애정만 있다면 의외로 어렵지 않게 그 방안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해본다.
요즘은 그 어느 때보다 한국 문학과 한국 문화의 매력이 세계인의 가슴에 꽃을 틔워가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지금이 기회다. 서두르자. 한국 문학이 비상을 꿈꾸어야만 하는 이유가 곳곳에서 꿈틀대고 있지 않은가.
오석륜 시인/인덕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