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준기자]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에 중국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전자부품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일단 중국 정부가 외국 기업 견제에 나선 전기차배터리의 경우 우려가 되지만, 독보적 기술력을 갖춘 반도체·디스플레이와 지문인식 등은 한국을 섣불리 배제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국의 움직임에 가장 민감한 분야는 전기차배터리다. 중국 정부가 올 초 새롭게 마련한 인증 체계에서
삼성SDI(006400)와
LG화학(051910)을 배제한 상황에서, 사드 배치가 연내 재개될 재인증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앞서 전기버스에 장착되는 배터리 중 삼성SDI·LG화학 등이 주로 개발하는 삼원계 배터리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중단한 바 있다. 중국의 배터리 제조사들은 리튬인산철(LFP) 방식을 사용하고 있어 노골적인 자국기업 보호정책이란 지적이 나온 바 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분야는 아직 기술력이 뒤진 중국이 한국을 배제하기는 쉽지 않다는 의견이다. 다만, LCD(액정표시장치) 부문은 중국도 BOE·차이나스타 등 한국산을 대체할 수 있는 대형 제조사들이 즐비해 경제 보복의 대상이 될 수 있다.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와 퀀텀닷(양자점)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삼성과 LG 등 국내 기업들의 기술력을 의식, 제한적인 협력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LCD는 이미 한국과 경쟁할 수준까지 올라와 자국 제품으로 대체할 수 있지만 OLED 등 차세대 기술력 확보를 위해서는 한국과 협력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도 디스플레이와 비슷한 상황이다. 메모리의 경우 중국이 사실상 한국과 미국 제품 중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고, 지문인식 등의 첨단기술은 아직 부족하기 때문에 한국산을 밀어내기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안기현 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한국이 주로 중국에 수출하는 반도체는 메모리”라며 “중국의 주요 스마트폰에 한국산 메모리가 들어가는데 아직 메모리 기술력이 부족한 중국으로서는 대안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본도 도시바의 플래시 메모리를 제외한 D램 생산은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한국과 미국 외에 대안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종호 서울대학교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도 “PC나 각종 IT 기기에 많이 쓰이는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낸드플래시 등의 기술력은 한국이 가장 뛰어나다”며 “한국산 부품을 배제하면 제품력 저하를 가져오므로 섣불리 배제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프리미엄 스마트폰 위주로 탑재되고 있는 지문인식 모듈도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이 강하다. 크루셜텍은 화웨이를 비롯해 레노버·메이주·샤오미 등에 지문인식 모듈을 공급 중이다. 하지만 이번 사드 배치에 대한 우려는 없다는 입장이다. 크루셜텍 관계자는 “중국에도 지문인식 모듈 제조사가 있지만 아직 기술력이 부족해 대체한다고 해도 저가제품 위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