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기자]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으로 여행업계를 비롯해 중국 매출이 큰 업종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이들은 "민간기업이 할 수 있는 대책이 없다"며 한숨을 내쉬면서도, 상시 모니터링 체계 구축과 함께 극단적 상황을 포함한 시나리오별 전략 수립에 착수했다.
11일 여행사와 카지노, 면세점, 화장품 등 중국 매출 비중이 높은 업종들 중심으로 사드 배치에 따른 대응전략을 묻자 대부분 정치외교·안보와 관련된 사안이라며 말을 아끼면서도, "중국 내 반한 감정이 고조되고, 이에 따라 중국인 관광객(유커) 감소가 우려된다", "메르스 사태 그 이상으로 대책이 없다" 등의 위기감이 팽배했다. 어렵게 쌓아올린 한류 열풍과 그에 힘입은 한국산 인기도 무너져내릴 태세다. 고조된 반한 감정을 중국 정부가 부추기거나 규제정책으로 연결시킬 경우 직접적인 경제 제재 없이도 국내 산업계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게 취재과정에서 드러난 우려다.
관세청 등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유커는 전체 외국인 관광객의 45%에 해당하는 600만명을 돌파했으며 1인당 2000달러를 소비, 총 120억달러(약14조원)을 국내에서 썼다. 같은 기간 국내 면세점들이 올린 외국인 매출 총 52억2032만달러(약 6조400억원) 가운데 유커 매출은 44억7575만달러(약 5조1784억원)로 86%에 달했다. 이미 여행과 면세시장을 장악한 큰 손인 데다, 그 효과는 화장품, 엔터테인먼트 등 전방위에 걸쳐 포괄적이다.
여행사 관계자는 “메르스의 경우 일회성이고 자연재해와 같은 일이었지만, 이번 일은 장기적이며 정치적 문제”라며 “파급력이 어디까지 갈지 현재로서는 예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면세점 관계자는 “지난 2012년 중국과 일본의 영토분쟁으로 일본을 방문하는 유커들이 대폭 감소한 적이 있다"며 “우리도 비슷한 일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정부가 중국인 관광객을 타깃으로 신규 면세점 허가 등 면세시장을 키운 마당에 이번 사드 배치 결정은 최악의 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타냈다.
중국에 직접 수출하고 있는 중소기업들도 딱히 방도가 없다는 입장이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중소·중견기업 대중국 수출액은 466억6400만달러(약53조5000억원)로 전체 해외 수출액의 24.7%를 차지했다. 한 화장품회사 관계자는 “현지에 확인한 결과 중국 통관의 태도가 딱딱해진 것이 피부로 느껴졌다고 한다”며 "수출길이 막막해졌다"고 말했다. 이미 후폭풍은 수출전선에서 그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