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기자] 정부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야권의 비판은 11일에도 이어졌다. 다만 전날 정의당 심상정 상임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제안한 국회 비준과 국민투표 검토에 대해서는 입장차를 보였다.
더민주는 국회와 정부의 협의 과정이 생략된 점, 군사적 효용성을 등을 이유로 사드 배치 결정을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더민주는 이 문제에 대한 찬반 입장을 직접적으로 밝히지 않은 채 이날도 신중한 태도를 견지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회의에서 “한미방위조약에 근거해 대한민국 영토를 방위하기 위해 불가피한 점도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면서도 “사드 실효성에 대해 국민들이 상당한 의구심을 가진 게 사실이다. 과연 사드가 북한 미사일을 실질적으로 방어할 수 있느냐는 의구심이 굉장히 크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정부와 국회가 사드 문제에 대해 더 심도있는 논의를 거쳐 사드가 실제 우리나라에 어떤 득이 되고 실이 되는지 냉정하게 판단하는 장을 만들어야 한다”며 국회와의 협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우상호 원내대표도 “사드 배치의 결정 과정을 보면 국민의 동의를 받기 어렵게 너무 졸속적으로 실행되고 중국과 러시아의 동의는 아니더라도 암묵적인 동의 조차도 받지 못했다”며 “외교·안보 정책에 대해서도 박근혜 정부는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더민주는 국회 비준과 국민투표를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김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조약이 아니라 (비준 사안이 아니고) 국민투표 대상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재경 대변인은 이날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지금은 비준 대상이 되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배치) 부지가 어디인지 분명히 공유해야 비준 검토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은 더민주의 태도가 모호하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더민주 지도부에서 사드 배치를 사실상 용인하는 것은 정체성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국민의당은 사드 배치 문제가 ‘우리의 영토와 비용이 소요된다면 국회 비준 사항’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국민투표 검토에 대해서는 국민의당 내에서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당 김종대 의원도 이날 언론인터뷰에서 “국회 동의가 어렵다면 국민투표를 할 수 있다. 그 전에 국회 동의를 받는 게 더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더민주는 12일 사드와 관련된 지도부의 고민을 전달하고 소속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간담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주변 당사국의 반발, 국민적 공감대 부족, 국회 비준 등과 관련한 의견 등을 조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여기서 당론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회의를 마친 뒤 회의실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스1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