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수기자] 잘 나가는 홈쇼핑 히트상품에는 '닉네임(Nick name)'이 있다.
상품의 특징을 직관적이면서도 귀엽게 담고 있는 닉네임은 '펫네임(pet name)'으로도 불리는 애칭이다. 닉네임이 본 이름 보다 더 유명해져서 아예 닉네임이 본 이름을 대체하는 경우도 눈에 띈다.
'유알 모공수축팩'은 피지 제거와 모공을 조여주는 제품이다. GS샵의 TV홈쇼핑과 인터넷몰에서는 '반전마스크'로 더 많이 불린다. 립밤을 쓰듯 피부에 겔 형태로 바르면 제형이 필름형태로 바뀌고, 마치 마스크팩을 떼어내듯 피지를 제거해준다. 제형이 마술처럼 바뀐다는 점과 피지가 깨끗하게 제거된 모습을 빗댄 '반전마스크'인 셈이다.
'펄리쉘 집업브라'는 '1초브라'로 유명하다. 펄리쉡 집업브라는 일반 브래지어와 달리 앞쪽에 지퍼를 달아 가슴을 힘있게 모아주고, 간편하게 입고 벗을 수 있게 만들었다. 제품의 본 이름은 제품의 특징을 제조자 관점에서 만들어졌을 뿐 소비자 관점에서 어떤 이익이 있는지 쉽게 와닿지 않는다는 의견에 따라 '1초 브라'라는 별칭이 탄생하게 됐다.
GS홈쇼핑(028150)의 히트상품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애경 '에이지투웨니스 에센스 커버팩트'의 경우 홈쇼핑 방송시 단골로 출연하는 연예인 이름을 따 '견미리 팩트'라는 별명을 갖고 있지만 '모녀팩트', '인생팩트'처럼 제2, 제3의 닉네임이 이어지고 있기도 하다. 모녀팩트는 여러 세대를 아우르며 인기를 끌고 있는데다 홈쇼핑 세트구성이 많아 모녀가 함께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만들어진 이름이고, 인생 최고의 커버 제품을 만난 소비자의 기쁨이 '인생팩트'라는 이름으로 자연스럽게 탄생됐다.
이 같은 닉네임은 판매 초기에는 없다가 어느 정도 판매되고 난 후 소비자들의 사용 후기가 쌓이면서 만들어지는게 보통이다. 딱딱하고 어려운 외래어 이름을 소비자들이 기억하기 어렵고, 제품 사용 중 좋았던 경험을 직관적인 단어로 표현하는 과정에서 닉네임이 탄생하는 것이다.
닉네임의 탄생은 홈쇼핑사만의 고도의 마케팅 노하우이기도 하다.
김은정 GS샵 뷰티PD팀장은 "제품 출시에 앞서 홈쇼핑이 고민하는 가장 중요한 판매 전략은 제품의 특장점을 소비자의 관점에서 재해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홈쇼핑에 처음 입점하는 상품들은 제품의 특장점을 잔뜩 나열하는 게 보통인데, 상품기획자와 PD, 쇼핑호스트를 거치면서 소비자 관점에서 지갑을 열 정도의 명쾌한 제품의 이익이 와 닿도록 전환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를 위해 수차례 소비자 조사와 제품 시연 등을 거쳐 판매 전략이 만들어 지는데, 이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닉네임을 창조하게 되는 것이다.
김 팀장은 "상품이 가진 특장점을 나열하는 게 아니라 고객 입장에서 꼭 사야 할 이유를 직관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대한민국 홈쇼핑의 핵심능력"이라며 "판매자가 일방적으로 미사여구를 붙여 만든 것보다는 소비자 경험이 바탕이 된 닉네임이야 말로 고객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사진제공=GS샵)
이성수 기자 ohmytru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