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링고 스타의 내한과 아이돌 전성시대

입력 : 2016-07-12 오전 9:11:21
[뉴스토마토 정해욱기자] 전설적인 영국 밴드 비틀스의 드러머 링고 스타(76)가 한국을 방문한다. 링고 스타는 오는 11월 내한 공연을 개최할 예정이다. 전설적인 기타리스트이자 록밴드 토토의 멤버인 스티브 루카서(57), 기타리스트 겸 작곡가 토드 룬드그렌(68) 등으로 구성된 '올스타 밴드'가 링고 스타와 함께 무대에 오른다. 일흔을 넘긴 나이의 링고 스타는 이들과 함께 꾸준히 순회 공연을 펼치며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밴드 결성 50주년을 맞은 독일 출신 헤비메탈 밴드 스콜피온스가 한국을 찾았다. 스콜피온스는 지난 8월 인천에서 열린 펜타포트 록페스티벌 무대에 올랐다. 루돌프 쉥커(68), 클라우스 마이네(68), 마티아스 잡스(60) 등 환갑을 넘긴 스콜피온스의 멤버들은 열정적인 공연을 선보이며 건재를 과시했다.
 
아이돌 전성시대다. 아이돌 그룹들이 최근 국내 가요계를 주도하고 있다. 음악 방송에서도, 각종 음원 차트에서도,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은 아이돌 그룹들이다. 해외에서의 활약도 눈부시다. 아이돌들은 한류스타로서 우리 문화를 해외에 알리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문제는 뮤지션으로서의 수명이다. 가요계에서는 아이돌 그룹의 수명을 짧게는 5년, 길게는 7년 정도로 본다. 데뷔 후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는 아이돌 그룹들이 셀 수 없이 많다. 한때 뜨거운 인기를 누린 팀들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멤버 교체, 팀 해체 등의 우여곡절을 겪곤 한다.
 
멤버들 간의 불화, 소속사와의 계약 문제 등이 겉으로 드러나는 팀 해체의 이유다. 경우에 따라 멤버들을 둘러싼 부모들간의 이해 다툼이 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 가요계의 구조적인 문제가 아이돌 그룹의 수명을 단축시키고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요즘 가요계는 실시간 음원 차트 위주로 돌아가고 있다. 음원 차트는 매시간마다 바뀌고, 매일 요동친다. 이런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아이돌 그룹과 소속사들은 대중의 귀를 단번에 사로잡을 수 있는 노래를 내놔야 한다. 전주는 생략된 채 따라부르기 쉬운 후크(hook)가 끝없이 반복되는 곡들이 쏟아져 나오는 이유다. 아이돌 그룹과 소속사의 입장에서는 살아남기 위한 선택이다. 하지만 아이돌들이 이런 음악을 통해 뮤지션으로서의 역량을 갈고닦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아이돌 가수들은 실력이 없다", "아이돌들은 무대 위에서 시킨대로 노래하고 춤추는 예쁜 인형일 뿐"이라는 대중의 편견이 괜히 생긴 것이 아니다. 
 
데뷔와 동시에 살 길에 대해 고민하는 아이돌들도 적지 않다. "음악만 해서는 평생 먹고 살 수 없다"는 인식 때문이다. 아이돌들은 예능 프로그램 MC로, 연기자로 변신을 꿈꾼다. 이들에게 아이돌 가수라는 직업은 또 다른 영역으로 진출하기 위한 발판일 뿐이다.
 
그런 가운데 우리 가요계에서는 음악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고, 자신만의 철학이 담긴 음악을 하는 실력 있는 뮤지션들이 홀대를 받고 있다. 모든 관심이 아이돌 가수들에게만 쏟아지고 있는 탓에 좋은 음악을 만들더라도 대중에게 들려줄 길이 없다. 이들이 설 무대조차 잘 없는 것이 우리 가요계의 현실이다. 실력파 싱어송라이터들은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드라마 OST와 CM송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최근 만난 한 싱어송라이터는 "노래가 히트가 되고 안 되고를 떠나 오랜 시간 공들여 만든 노래를 사람들에게 들려줄 기회가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고 하소연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가요계가 비틀스나 스콜피온스처럼 데뷔 50년 이상이 지나도 전세계 팬들에게 사랑을 받는 팀을 배출해낼 수 있을까. 이대로라면 어렵다. 일흔이 넘는 나이에도 무대 위에 올라 말랑말랑한 후크송에 맞춰 깜직한 댄스만 출 수는 없는 노릇이다. 눈과 귀를 현혹시키는 게 음악이 아니라 가슴을 울리는 게 음악이다. 진정성 있는 음악을 하는 뮤지션들이 대우 받고, 음악팬들이 좀 더 풍성한 음악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
 
정해욱 기자 amorr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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