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기자]
삼성전자(005930)와 애플의 중국 내 부진이 가파르다. 화웨이, 오포, 비보 등 토종기업들로 이뤄진 신흥세력이 빠르게 그 자리를 메우고 있다. 러에코, ZTE, 메이주 등 가성비가 뛰어난 제품을 앞세운 기업들도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다. 영원한 강자도, 영원한 약자도 없는 무한경쟁의 세계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가 최근 발표한 5월까지의 중국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순위에 따르면, 화웨이, 비보, 오포, 샤오미 등 현지 업체들이 1위부터 4위까지 상위권을 독식했다. 애플은 10.8%의 점유율로 간신히 5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 3위에서 두 계단 내려앉았다. 점유율도 2%포인트 줄었다.
애플은 2013년 말 중국 최대 통신사 차이나모바일과의 제휴 이후 중국 내 입지를 크게 확대해 왔지만 지난해 하반기 출시한 아이폰6s가 흥행에 실패하면서 성장에 제동이 걸렸다. 올 초 중저가 시장을 겨냥해 내놓은 아이폰5SE도 판매가 부진해 점유율 위축을 가속화했다. 시장 외적 요인도 애플의 고전을 부채질한다. 애플은 현재 현지 스타트업 바이리와 특허소송을 진행 중이다. 베이징시 당국은 지난달 아이폰6 판매중지 행정 명령을 내렸고, 애플은 항소했다. 이보다 앞서 애플은 지난 4월 중국 규제당국의 명령으로 아이튠즈 무비와 아이북 서비스를 중단했다. 지난주에는 중국 정부가 모바일앱 개발자 규제를 강화하는 정책을 발표해 높은 폐쇄성을 유지해오던 앱스토어 운영에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삼성전자도 애플과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상황은 좀 더 심각하다. 2014년 1분기만 해도 20%에 가까운 시장점유율을 보였으나 로컬 업체들의 저가 공세에 대응 시기를 놓치며 주도적 지위를 상실했다. 지난해 4분기 처음으로 5위권 밖으로 밀려난 후 아직까지 위상 회복을 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올 상반기 글로벌 시장에서 높은 인기를 구가하는 갤럭시S7과 중국 특화모델 갤럭시C 시리즈도 별다른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삼성전자의 특허소송 상대는 시장 1위인 중국의 화웨이다. 화웨이는 지난 5월 미국과 중국에 각각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한 데 이어, 지난 6일 광둥성 선전과 푸젠성 취안저우 중급법원에 추가로 소송을 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S7 등 16개 제품이 자사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8000만위안과 소송비용 50만위안의 배상을 요구했다.
추락은 중국 스마트폰의 신화를 썼던 샤오미에게도 적용된다. 자신들의 성장 전략을 그대로 따라한 후발 업체에 발목이 잡혔다. 가격은 물론 품질과 제품 차별화에서도 강점을 잃어 소비자들을 놓치고 있다. 레이쥔 샤오미 창업주 겸 최고경영자(CEO)가 "현재 샤오미는 바닥을 지나고 있다"고 인정할 정도다.
이들 3사는 하반기 신제품 출시로 반등을 노린다. 애플은 아이폰7을,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을, 샤오미는 홍미노트4를 각각 선보인다. 듀얼카메라, 홍채인식 등 최신기술을 담아 예년의 영광을 재연하겠다는 의지다. 중국 소비자들이 차츰 프리미엄 시장으로 기우는 점도 긍정적이다. 하지만 우수한 하드웨어 디자인, 뛰어난 품질, 강한 유통 침투력의 3박자를 고루 갖춘 신흥세력의 방어도 만만치 않다. 올해에만 출하량이 4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 비보는 엣지형 모델을 출시한 데 이어 최근에는 1600만 화소의 전면카메라를 강조한 제품을 선보였다. 배우 송중기를 모델로 기용, 한류 바람도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