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정운기자] 정부가 금융소비자들의 신용등급 상승이나 소득증대 등 상황여건에 따라 금리를 인하할 수 있도록 마련한 금리인하요구권 사용이 저축은행은 유명무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축은행을 이용하는 고객의 경우 시중은행과 달리 대출을 받는 동시에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저축은행의 대출상품 이용 고객들의 신용등급이 평균 1.7등급 하락해 기존 신용등급 수준까지 올리는 것도 시간이 상당기간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A저축은행의 금리인하요구권 승인실적은 올 상반기 기준 50여건, B저축은행 2건, C저축은행 1건 등으로 대형저축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저축은행들은 승인실적이 대다수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금리인하요구권이란 대출을 받았을 때 보다 자신의 신용상태가 좋아진 사람이 금융회사에 대해 대출금리를 인하해 줄 것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에서 대출을 시행할 경우 등급하향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금리인하요구권을 사용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신청은 누구나 할 수 있으나 자격미달인 고객이 많아 심사과정에서 거절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저축은행들의 주요고객층이 5~7등급의 저소득·저신용평가자인 것을 감안하면 금리인하요구권의 활성화가 더욱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입장이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을 이용하는 고객 가운데 5~7등급의 서민들이 많아 사실상 등급상승에 따른 금리인하요구권 적용대상 고객이 소수인 것"이라며 "대출을 이용할 경우 신용등급이 하락해 대출완납이 진행되기 전까지 신용등급이 오르는 경우는 희박하다"고 말했다.
현재 금융당국은 금리인하요구권의 활성화를 독려하기 위해 나서고 있지만 저축은행의 근본적인 신용등급하락 현상 개선과 관련해 고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신용등급과 관련해서 저축은행을 이용했던 사실만으로 신용등급이 하락하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고 이에 대한 개선방향을 두고 신용평가사가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신용등급의 상향은 소득의 증대가 있어야 하는데 경기불황과 함께 저축은행을 이용하는 고객들의 상황을 고려했을 때 금리인하요구권 사용이 어려운 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2금융권에서도 금리인하요구권이 금융소비자의 권리로서 효율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행정지도를 실시하는 한편 금융회사의 개선실적과 이행현황 등을 점검하는 등 당국역시 지속적으로 금리인하요구권 활성화를 위해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저축은행 업계는 금리인하요구권의 활성화를 위해 저축은행의 신용등급 하락 문제가 서둘러 개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근본적인 신용등급 하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신용평가사들의 신용등급평가 체계 개선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의 대출상품 이용만으로도 신용등급이 하락하기 때문에 현재 업권 내 애로사항이 많아지고 있다"며 "금리인하요구권 및 중금리대출 활성화 등 저축은행 고객들의 이용편의를 위해 신용등급평가 체계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신용평가사 역시 부실·부도율 등 수치에 반영을 통해 신용등급평가 체계 개선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금융소비자들의 신용등급 상승이나 소득증대 등 상황여건에 따라 금리를 인하할 수 있도록 마련한 금리인하요구권 사용이 저축은행은 유명무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뉴시스
이정운 기자 jw891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