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국해 분쟁, 한류스타에 불똥?

입력 : 2016-07-14 오전 11:42:24
[뉴스토마토 정해욱기자] 중국과 필리핀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국내 연예계에도 불똥이 튀었다.
 
지난 12일(현지시간)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영유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 판결이 나왔다. 필리핀 정부가 PCA에 중재를 요청한지 3년 반 만이다.
 
◇걸그룹 미쓰에이의 중국인 멤버 페이. 사진/뉴스1
 
하지만 중국 측은 이번 판결에 대해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남중국해는 역사적으로 중국의 영토다.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주권과 해양권익은 중재판결의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으며, 판빙빙, 유역비, 류시시, 왕카이 등 해외에서도 높은 인지도를 자랑하는 중국 톱스타들은 SNS를 통해 지원사격에 나섰다. 이들은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영유권을 주장하는 내용의 글을 게시했다.
 
국내에서 활동 중인 중국인 아이돌들도 이 움직임에 가세했다. 아시아권에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아이돌 스타들이다. 미쓰에이의 페이를 비롯해 피에스타의 차오루, 에프엑스의 빅토리아, 엑소의 레이 등이 SNS에 "중국은 조금이라도 작아질 수 없다"는 글과 함께 남중국해를 중국의 영토로 표시한 지도를 올렸다.
 
그런 가운데 전세계를 무대로 활동 중인 한국인 스타에게도 불똥이 튀고 있다. PCA의 판결 이후 중국팬들은 소녀시대 윤아의 SNS를 통해 이번 판결에 대한 윤아의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필리핀의 손을 들어준 PCA의 판결과 상관 없이 중국의 편을 들어달라는 것이 이들이 남긴 글의 요지다. "중국에서 계속 돈을 벌고 싶으면 입장을 확실히 해야 할 것"이라는 협박성 글도 눈에 띈다. 이에 대해 필리핀팬들을 비롯한 해외팬들이 "중국과 관련된 것은 아무 것도 언급하지마라", "쓸 데 없는 문제에 연관되지 마라"는 등의 글로 맞받아치면서 윤아의 SNS는 전세계 K팝팬들의 논쟁의 장이 됐다.
 
지난 4월 방영된 중국 후난위성TV 드라마 '무신 조자룡'에 출연한 윤아는 현재 현지에서 가장 뜨거운 인기를 누리고 있는 국내 스타 중 한 명이다. 영향력 있는 한류스타를 통해 자신들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 중국팬들의 의도인 것으로 풀이된다.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SNS를 통해 일고 있는 PCA 판결에 대한 중국인들의 반발 움직임에 대해 "그들 입장에서는 당연한 일일 수도 있다"며 "소속사 입장에서는 국내에서 활동 중인 중국인 아이돌들이 자신의 국가와 관련된 일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나타내는 것까지 제재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시각도 있다. 정치적 이슈에 대해 공개적으로 입장을 나타내는 것이 소속 그룹의 향후 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의견이다. PCA의 판결이 나온 이후 일부 연예기획사가 몸을 사리고 있는 이유다.
 
중국인 멤버가 소속된 한 아이돌 그룹의 소속사 관계자는 "해당 문제에 대해 입장을 나타낸다면 중국팬들에게는 지지를 얻겠지만, 국내팬들에게는 거부감을 줄 수도 있다"며 "아직 연예계에서 확실히 자리를 잡은 상태가 아닌데 괜히 향후 활동에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해당 멤버에게 남중국해와 관련해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말라는 정도의 주의를 줬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이 한류 산업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제2의 '쯔위 사태'가 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것이 일부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걸그룹 트와이스의 대만인 멤버 쯔위는 지난해 11월 MBC '마이리틀텔레비전'에 출연해 대만 국기를 흔들어 논란에 휩싸였다. 쯔위는 일부 중국팬들에게 '대만독립운동자'로 낙인이 찍혔고, 중국팬들은 "소속사인 JYP엔터테인먼트의 아이돌 콘서트는 보이콧하겠다"고 나섰다. 이후 소속사 측은 "쯔위의 모든 중국 활동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으며, 쯔위는 동영상을 통해 고개 숙여 사과했다.
 
한 중국 에이전트는 "중국인들이 지니고 있는 중화사상에 대해 충분히 이해를 한 뒤 상황에 대처할 필요가 있다"며 "국내 스타들은 섣불리 입장을 나타내거나 나서지 말고 여론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현명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정해욱 기자 amorr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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