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정상 짧은만남도 없어…훼손된 양국관계 상징

사드 배치 강행에 갈라진 이웃…박 대통령, 공허한 통일론만

입력 : 2016-07-17 오후 1:48:12
[뉴스토마토 최용민기자] 아시아·유럽 정상회의(아셈) 참석차 몽골을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정상회의 기간 리커창 중국 총리와 정상회담도 하지 않았고, 한 테이블에서 식사까지 했지만 특별한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반발하고 있는 중국과의 껄끄러운 관계가 확인된 장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15일 아셈 만찬 후 “리커창 총리는 박 대통령과 한 테이블에 좀 떨어져 앉았는데 특별히 대화는 없었던 것으로 안다”며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와도 사드 이야기는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날 16일 열린 자유토론 세션에서도 두 정상간 특별한 대화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자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국 대통령이 중국의 국가주석이나 총리와 짧게라도 만나지 못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중국 항일 전승절 70주년 기념식에서 천안문 망루에까지 오르는 등 중국의 환대를 받은 바 있고, 10월 말에는 리 총리와 서울에서 정상회담을 하기도 했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사드 배치 결정으로 예견된 한중관계의 심각한 훼손상이 이번 아셈 정상회의에서 정확히 확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과 정상 차원에서 협의해야 할 현안이 산적해 있는데 결국 사드 때문에 적절한 시기에 외교적 협의를 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특히 현재 사드 배치에 발발하고 있는 중국의 경제 제제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남중국해 문제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기는 했지만 아베 일본 총리와 리 총리가 15일 직접 만나 서로의 의견을 교환한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중·일 정상은 11월 초 서울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의 이후 8개월 만에 다시 만났다.
 
이런 가운데 박 대통령은 16일 자유토론 형식의 아셈 리트리트 세션에서 “북한 인권문제와 핵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결국 한반도 통일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며 통일을 다시 강조했다. 그러나 남북관계가 최악이고 대화도 완전히 단절된 상황에서 통일을 언급하는 것은 뜬금없고 공허하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
 
박 대통령은 17일 몽골 울란바트르 정부 청사에서 차히아 엘벡도르지 몽골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한-몽 경제동반자협정(EPA) 추진을 위한 공동 연구 개시에 합의했다. EPA는 상품과 서비스 등 교역 자유화를 추진하는 점에서 자유무역협정(FTA)과 거의 유사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17일 오전 몽골 울란바토르 칭기스칸 광장에서 열린 공식환영식에 참석해 의장대 사열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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