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용민기자] 한미 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 배치 결정 이후 배치 지역이 어디일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최적의 장소를 찾겠다고 말했지만 여러 지역이 거론되면서 해당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확산되는 등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박 대통령은 1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사드 배치 부지의 선정도 군사적 효율성 보장과 더불어 지역주민들이 전자파의 영향을 포함한 문제로부터 안전과 건강을 확실히 보장할 수 있는 최적의 부지를 선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공동실무단이 아직 문서로 (배치 지역) 보고를 안했다. (한미) 양국 장관에게 보고 절차가 없었기 때문에 아직 발표할 단계가 아니다”라며 “최종 선정 과정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후보지로는 그동안 경기도 평택이나 경북 칠곡 등이 거론됐지만, 이날부터는 다른 지역이 급부상했다. '영남권 제3의 장소'로 한국군 방공기지(미사일기지)가 유력하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경남 양산이나 경북 성주·예천 등이 오르내리기 시작됐다. 호남권인 전남 벌교 배치설도 나왔다.
경남 양산과 전남 벌교에는 방공기지가 있지만 나이키 허큘리스 미사일이 퇴역한 후 현재는 사실상 활용되지 않고 있고, 부지의 규모 등을 따져볼 때 후보지로 검토된다는 보도가 나왔다. 방공기지는 고지대에 위치해 있어 전자파 유해 논란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경남 양산(천성산)이 유력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지역 민심이 크게 동요하고 있다. 양산을 지역구로 하는 국회의원들은 천성산이 후방이어서 효과적인 수도권 방어가 어렵다는 점과 이 지역 인근에 원전이 밀집해 있어 안전 문제가 우려된다는 점을 강조하며 강력히 반발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사드 배치 지역이 확정되면 물리적 대응 조치를 하겠다고 위협했다. 북한은 이날 인민군 총참모부 포병국의 ‘중대경고’를 발표해 “미국의 사드 체계를 끌어들이는 것으로 하여 우리의 무자비한 불벼락을 스스로 자초하는 자멸의 비참한 말로를 더욱 앞당기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박 대통령은 이날 광복절 기념 특별사면과 대구공항 통합 이전 카드를 꺼내들었다. 박 대통령은 "국민 모두가 힘을 모아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희망의 전기가 필요한 시기"라며 사면 계획을 밝혔다. 박 대통령의 사면은 2014년 1월 설 직전과 지난해 8월 광복 70주년 사면에 이어 이번이 세번째가 된다. 박 대통령이 사면 결정의 배경으로 '경제 위기'를 강조한 점으로 볼 때 기업총수들을 포함시킬 가능성이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대구공항의 통합 이전은 신공항 유치 무산으로 흔들리는 대구·경북 민심을 수습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대구공항은 군과 민간 공항을 통합해 이전함으로써 군과 주민들의 기대를 충족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대구시민들도 공항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인근 지역에 건설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11일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며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