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한영기자] 황교안 국무총리가 지난 15일 경북 성주군청 앞에서 달걀·물병세례를 받은 사건에 대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야3당이 “공안몰이에 나서지 말라”며 한목소리로 비판하고 나섰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 배치 논란의 초점을 흐리려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더민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18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사드 배치 반대 과정에서 일어난 돌발상황을 보면 그와 같은 식의 민심수습책이 가능하리라고 생각했는지 의아하게 생각한다”며 “성주 군민들의 분노로 발생한 것을 공안몰이에 이용하려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정의당과 달리 더민주는 사드 배치에 대해 ‘전략적 신중론’을 견지하고 있다. 이를 주도하고 있는 김종인 대표마저 정부의 공안몰이를 지적한 것이다. 기동민 원내대변인도 이날 “안일하고 나태한 정부 대처가 폭력사태가 벌어지는데 한몫을 한 것”이라며 “시위대에 대한 수사로 책임을 무마하려는 것은 갈등의 조정자여야 할 정부가 갈등을 조장하고 나선 셈”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과 정의당 심상정 대표도 이날 “사전 논의나 사후 대책 없이 (국무총리가) 성주를 불쑥 방문한 것은 사드 문제를 대한민국 문제가 아니라 성주의 문제로 전환하려는 얄팍한 발상”, “정부의 시대착오적 공안몰이는 국민통합이 아니라 분열을 가속화시키는 것”이라며 정부의 신중한 대응을 촉구했다.
야당들이 이번 일을 '공안몰이'로 규정하는데 주저함이 없는 것은 누가 봐도 황 총리의 성주 방문이 무리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군청 앞에서 시위하는 주민들의 분노가 높다는 게 명백한 상황에서 특별한 경호대책도 없이 간 것은 무책임했다는 여론이 만만찮다. 더군다나 박근혜 대통령이 해외에 나간 상황이라면 국무총리는 일단 정부청사를 지키는 것이 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론 추이도 정부에 비판적으로 흐르고 있다. 리얼미터가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성주 배치 발표 전날인 12일 36.3%에서 15일 32.5%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 조사에서도 대구·경북(50.6%→41.4%)과 부산·경남·울산(45.3%→35.4%) 등 박 대통령 지지기반 지역에서의 하락세가 두드러졌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성주군민들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이날 국회를 찾아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재동 성주군 농민회장은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를 만나 “사드 배치가 성주는 안되고 다른 곳을 괜찮다는 식의 이기주의로 몰아가고, 집회에 '전문시위꾼'이나 외부세력이 개입했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그런 사람 아무도 없었다”며 “폭력성을 부각하지 말고 군민들의 마음을 제대로 알아달라”고 호소했다.
반면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날 혁신비대위 회의에서 “국책사업 현장마다 직업적으로 다니면서 폭력을 일삼는 이들의 행태를 더 이상 묵과해서는 안 된다”며 “수사기관의 엄정한 수사가 있어야 할 것”이라며 상반된 태도를 보였다. 미국은 이날 괌에 배치한 사드 포대를 한국 언론에 최초로 공개하며 사드 레이더파 유해성 논란 불식에 나섰지만 논란을 가라앉히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왼쪽)가 18일 국회에서 성주 군민 대표자와 사드 한국배치 반대 전국대책회의 회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스1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