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형석기자]
우리은행(000030) 민영화 훈풍에 임직원들이 대출을 받으면서까지 적극적으로 자사주를 매입하고 있다. 최근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예금보험공사 지분 30%가 매각되면 지금보다 주가가 크게 뛸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민영화가 실패하면 손해를 볼 가능성도 있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0일 우리은행 우리사주조합(이하 조합)에 따르면 지난 5~7일과 11일까지 우리은행 임직원이 신청한 자사주 매입 신청액은 390억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7월 매입 신청액 286억원보다 100억원 이상 많은 액수다.
당초 지난 5~7일까지만 신청을 받을 예정이던 우리은행은 임직원들의 요청이 쇄도하자 신청일은 11일까지 연장했다.
예상되는 주당 매입 금액도 지난해보다 높을 것으로 보인다. 20일 현재 우리은행 주가는 1만원선으로, 조합이 지난해 7월 자사주 매입을 진행할 당시(9000원선)보다 1000원가량 올랐다.
지난해 조합은 장내에서 주당 평균 9990원 수준에 자사주를 매입한 것을 감안하면, 올해는 주당 1만1000원 안팎에 매입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보다 비싼 가격에도 지난해보다 임직원들이 자사주 매입 신청액이 증가한 데는 민영화 기대감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는 금융당국이 최근 우리은행의 지분 매각에 속도를 내고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 공적자금위원회는 지난 4일과 11일 우리은행 매각소위원회를 개최했다. 지난 15일에는 전현직 공자위원장과 매각소위원장이 참석한 사실상 우리은행 지분매각 공청회인 '국내 은행산업 경쟁력 제고와 금융회사 민영화 방안' 정책세미나도 개최됐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민영화 성공 기대감에 직원들이 대출을 받으면서까지 자사주 매입을 신청했다"며 "민영화가 성공하면 경쟁사인 주가가 2만원 이상 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우려의 시선도 보내고 있다. 민영화 실패로 주가가 하락하면 주식을 매입한 직원들은 손해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은행 주가는 올초에도 중동국부펀드와의 매각협상이 실패하자 주가가 급락했다.
지난해 7월 공자위가 우리은행 매각 방식을 발표할 당시 9000원선이던 주가는 중동국부펀드와의 매각협상으로 4개월 뒤 1만원을 돌파했다. 하지만 협상이 실패하자 지난 1월20일에는 8140원까지 하락했다.
지난해 주당 1만원에 매입한 직원들의 경우 18%가량 손실을 입은 것이다.
자사주 매입을 신청한 우리은행 한 직원은 "민영화 성공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며 "이번 지분 매각이 성공하고 지주사 전환까지 될 경우 향후 주가가 2~3만원 이상 오를 것이라는 얘기가 많이 돌면서 대출을 하면서까지 자사주 매입을 신청한 직원이 많았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그간 4차례 민영화에 실패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혹여나 이번에도 실패하진 않을까하는 불안감은 항상 있다"고 털어놨다.
한편, 조합은 신청받은 물량을 20일부터 22일까지 장내에서 증권사를 통해 매입할 예정이다. 임직원이 매입할 수 있는 자사주는 최소 100만원에서 최대 본인 연봉의 2배다.
김형석 기자 khs8404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