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동북부, 서울 탈출 행렬로 집값 '역전'

하남, 10채 중 4채는 서울 거주가가 매입…인근 서울 아파트값도 뛰어 넘어

입력 : 2016-07-21 오후 3:36:26
[뉴스토마토 김용현기자] 비싼 주거비 부담에 지쳐 탈 서울을 감행한 서울시민이 하남과 남양주, 구리 등 경기 동북부 지역으로 몰리고 있다. 하지만 수요가 몰리자 이들 지역의 집값까지 크게 오르면서 뒤늦게 저렴한 주택을 찾아 서울을 벗어나려는 서민들은 더 외곽으로 떠날 수 밖에 없게 됐다.
 
21일 한국감정원 통계에 따르면 올해 1~5월 분양권을 제외한 경기도 기존 아파트 매매건수는 10만1611건으로, 이 가운데 1만5039건, 14.8%는 서울 거주자가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 12만6057건 중 1만5793건, 12.5%와 비교하면 서울 거주자의 경기도 진입 비율이 소폭 늘었다.
 
특히 하남과 구리, 남양주 등 경기 동북부 지역에서 서울 거주자의 내집 마련 비중이 높았다. 하남은 6578건의 거래 중 서울 거주자 비중이 2683건에 달했다. 아파트 거래 10채 중 4채(40.8%)는 서울 사람이 매입한 것이다. 또 구리와 남양주 역시 각각 31.1%와 30.3%로 높은 비율을 보였다.
 
계속되는 전세난에 지친 세입자들이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지역을 찾아 이동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들 지역은 지하철 개통과 서울~세종 고속도로 등 교통여건 개선 사업을 앞두고 있어 매력을 더했다.
 
하남시 덕풍동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강동구와 바로 맞닿아 있어 서울로 출퇴근이 편리하다보니 전세는 물론 매매 수요도 몰리고 있다"며 "미사 강변도시 개발로 인해 코스트코 등 대형마트도 들어설 예정이어서 찾는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하지만 인접한 서울과 가격 차이가 크지 않아 이동 행렬이 이어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급격히 가격이 상승해 주거비 부담 경감 효과가 떨어져 버렸다.
 
경기도 부동산포털에 신고된 하남시 덕풍동 동원베네스트 85㎡ 매매가격은 4억8500만원으로, 인근 서울 강동구 강일동 강일리버파크 같은 면적대 실거래가격 4억6900만원을 뛰어 넘었다.
 
구리시 토평동 역시 입주 10년이 안된 단지들의 84㎡가 5억원에 육박하며 인근 서울 중랑구 같은 면적대보다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토평동 대림 부동산 관계자는 "구리는 물론 하남이나 남양주 초입 부분들은 평지인데다 한강이 가깝고, 서울 접근성도 뛰어나 서울 거주자들의 많이 찾아왔다"며 "강변도시와 갈매지구, 다산신도시 등 택지지구 개발까지 이어지면서 이들 지역은 웬만한 서울 지역보다 아파트값이 비싸졌다"고 설명했다.
 
저렴한 주택 구입을 위해서는 서울과 더욱 멀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팀장은 "이들 지역 택지지구에서 분양에 나선 단지들의 웃돈이 많게는 1억원이 넘게 붙은 곳도 있을 정도로 가격이 크게 올라 서울 전세가격으로 내집 마련을 하는 것은 이미 옛날 얘기가 됐다"며 "이 지역에서 포천이나 양주, 광주 등 더 외곽으로 이동하지 않는 한 저렴한 내집 마련을 기대하기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하남과 구리, 남양주 등 경기 동북부로 탈서울 행렬이 몰리며 이들 지역의 집값이 크게 올랐다. 저렴한 주거지를 찾는 서민들은 더 외곽으로 떠날 수 밖에 없을 전망이다. 사진/뉴시스
 
김용현 기자 blind2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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