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기자] 서울시가 전기자동차 보급 확대를 꾀하며 녹색도시 만들기에 나서고 있지만 실적은 초라하기만 하다.
지난 2014년 시는 2018년까지 전기자동차 5만대를 보급하겠다고 밝혔다. 21일 시에 따르면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보급된 전기자동차는 총 1209대다. 시는 올해 공공과 민간을 포함해 총 911대를 보급할 계획이지만 상반기까지 보급대수는 160대에 그쳤다. 지난해는 369대가 보급됐다.
시는 전기자동차 구입보조금으로 150억원을 편성해 대당 450만원의 시비를 지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기자동차를 구매하는 서울시민은 정부지원금 1400만원과 시비 450만원, 총 1850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또 시는 다자녀가구, 국가유공자, 장애인 등에 한해서 시비를 600만원까지 지원한다.
시가 이렇게까지 적극적으로 지원을 나서고 있지만 정작 시민들은 부족한 인프라 환경에 전기자동차 구매를 포기하기 일쑤다. 중소기업에서 기술영업 업무를 담당하는 유환수(31)씨는 “최근까지 연비가 좋은 차량과 전기자동차를 놓고 고민했다”며 “결국 1600cc 중소형 디젤 차량을 구매했다”고 말했다. 유씨는 전기자동차 구매를 포기한 이유에 대해 “가끔 서울 외각으로 벗어나 일을 하다보면 급하게 주유소를 찾아야 할 때가 있다”며 “그럴 때마다 서울에 얼마 있지도 않은 전기자동차 충전소를 찾을 걸 생각하면 아찔하다”고 설명했다.
시는 서울 어디에서나 5분 이내에 전기자동차 충전이 가능하도록 접근성을 높이겠다며, 이동형 충전소 1만 곳과 급속충전소 500곳 설치 등을 약속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서울 내 급속충전소는 총 57곳으로 지난해까지 보급된 전기자동차 대수를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전문가들 역시 전기자동차 보급보다는 전기자동차 인프라 구축이 우선이라고 지적한다.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열린 ‘제1차 전기차 리더스포럼’에 참석한 홍성태 한국자동차환경협회 그린카 사업국 국장은 “우리나라 전기자동차 보조금 혜택은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많은 편인데도 전기차가 안 팔리는 이유는 생각해 봐야 한다"며 "일회성 보조금 혜택보다는 장기적으로 전기차를 운행해 얻을 수 있는 혜택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현재 시에서는 남산 1·3호 터널 통행료 면제와 공용주차장 50% 감면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 중”이라며 “충전인프라를 확대하고 전기자동차 이용 시 인센티브를 늘리는 등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는 향후 전기자동차 이용자의 편의를 위해 오는 10월부터 시영주차장 전기자동차 전용구역을 조성하고, 충전을 위해 주차하는 전기자동차는 1시간 무료 주차를 허용할 예정이다.
지난해 10월 서울 시내 3곳에 설치된 공중전화부스 옆 전기자동차 충전소. 사진/뉴시스
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