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다시 2000선을 훌쩍 넘는 반등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투자자들의 심리는 여전히 약세장이다.
금융정보업체 애프앤가이드 집계를 보면, 최근 일주일 사이 국내주식형 펀드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1조1952억원에 달한다. 연초 이후 이탈 자금은 4조2800억원이 넘는다.
전문가들은 국내증시의 밸류에이션이 저평가 수준이라고 입을 모은다. 국내증시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97배로 선진국 평균인 1.76배의 55% 수준에 불과한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1년 이후 '박스피(코스피 박스권내 장세)'는 여전하다. 경험이 많지 않은 투자자들이 2000선 위에서 매도하자는 단순 논리에 익숙한 것도 이 수준에서 국내증시가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낮기 때문일 것이다.
더욱이 지난해 하반기와 비교하면 안전자산 선호도는 한층 강해졌다는 걸 알 수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엔 코스피 2000포인트 이하에서 국내주식형 펀드로 1조9257억원이 순유입됐다. 반면에 올해는 1900~2000포인트에서 2조3781억원이 빠져나갔고 1900포인트 이하에서 9308억원이 유입됐다. 또, 같은기간 코스피 2000포인트 이상에서의 순유출 규모는 440억원이었던 것에 반해 올해는 2조원이 넘게 환매됐다.
6월 이후 기준금리가 1.25%까지 떨어졌지만, 갈 곳 잃은 자금은 수북이 쌓여있다. 초저금리시대에 분산투자는 필수라지만 '어디에 얼마나'라는 해답을 찾지 못한 이들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대표적인 단기 투자상품으로 꼽히는 머니마켓펀드(MMF) 설정액은 112조원 규모다. 이달 127조원을 넘기면서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또, 주식형 펀드와 대조적으로 국내채권형 펀드로는 연초이후 5조원 넘는 자금이 유입됐다.
연초에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같은 굵직한 이슈로 전 세계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가 강했다. 어느정도 시장이 안정을 찾아가고 있지만, 대외변수에 취약하고 박스피 돌파의 원동력이 외국인인 국내증시의 특성 때문에 국내 투자자들의 투자심리는 여전히 남아있는 시장 변동성에 대한 불안감이 지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주식시장 투자의 궁극적인 목표는 지수 자체보다는 개별 기업의 가치에 있다. 여윳돈으로 장기·분산투자하는 투자자의 뚝심도 필요하지만, 시장은 대외변수에 취약한 체력을 키우고 기업들은 믿을 수 있는 펀더멘탈을 뚜렷이 제시해야 지루한 지수흐름과 펀드환매 공식도 변화할 수 있을 것이다.
김보선 증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