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수기자] 인천공항 CU 편의점이 일부 상품의 가격을 서울 시내 다른 CU 점포보다 높게 책정해 판매하고 있다. CU가 제품 가격을 일방적으로 높여 받음에 따라 소비자들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비싼 값을 주고 상품을 구매할 수 밖에 없다.
BGF리테일(027410)은 올해 3월부터 입국자가 몰리는 1층에 CU 편의점 3곳을 오픈해 운영중이다.
26일 뉴스토마토가 CU 인천공항점의 음료와 주류, 생활용품 등 주요 판매 상품 12개를 무작위로 선정해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한 CU 편의점과 가격을 비교한 결과 최대 55.2%까지 비싸게 판매되고 있었다.
서울 시내 CU 점포에서 2900원(단품 기준)에 판매 중인 아사히맥주(500ml)는 CU 인천공항점에서 무려 55.2%나 비싼 45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서울 시내 점포에서 3000원이면 구매할 수 있는 산토리맥주(500ml)도 인천공항점에서는 4300원에 판매 중이다. 시내 점포에서 수입맥주 4캔을 1만원에 판매하는 프로모션은 찾아볼 수 없었다.
BGF리테일이 CU 인천공항점에서 가격을 올려받은 주요 제품들은 인천공항에 위치한 편의점에서 판매 순위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인기 상품들이었다.
서울 시내 점포보다 200원(13.3%) 비싼 1700원에 판매 중인 높여받은
광동제약(009290) 옥수수수염차(500ml)는 CU와 함께 인천공항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세븐일레븐 인천공항점에서 다섯번째로 많이 팔린 제품이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국내 편의점에서 가장 많이 구입하는 인기 상품으로 꼽히는 빙그레 바나나맛우유도 1400원에 판매돼 서울 시내 점포(1300원)보다 7.7% 비싸게 팔리고 있었다.
이밖에도
롯데칠성(005300)의 칠성사이다(600ml)는 서울 시내 점포에서 2000원에 판매하는 것과 달리 CU 인천공항점에서는 10% 비싼 2200원에 판매 중이었고, 칸타타커피(275ml) 역시 2500원으로 서울 시내 점포(2200원)보다 가격을 13.6% 올려받고 있었다.
이 같은 CU의 일방적인 공항점포 가격 인상은 자체브랜드 상품인 PB상품에도 예외가 없었다.
시중에서 2000원에 판매 중인 GET 더치커피워터(330ml)는 인천공항에서 20% 비싼 2400원으로 가격이 책정됐다. 제품 포장에 오직 CU에서만 판매한다고 인쇄된 깨끗한나라 리필형물티슈(30매)도 2100원에 판매해 서울 시내 점포(1700원)보다 24% 가량 비쌌다. HEYROO 망고주스(270ml·1700원)와 HEYROO 헛개꿀물(180ml·1300원)도 CU 인천공항점에서는 각각 17.6%, 15.4% 인상된 2000원,
이에 대해 BGF리테일 측은 인천공항의 높은 임대료를 고려하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해명이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공항 같은 특수장소에 입점한 점포의 경우 높은 임대료 등의 문제로 자체적으로 가격을 조정할 수 있다"며 "일부 품목을 제외하면 시내 점포와 동일한 가격으로 책정된 상품이 다수 존재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같은 공간에서 운영 중인 다른 편의점은 서울 시내 점포와 동일한 가격 정책을 유지 중이어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CU와 함께 인천공항에서 편의점을 직영 형태로 운영 중인 세븐일레븐도 서울 시내 점포와 동일한 가격으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CU가 들어서기 전 같은 자리에서 GS25 편의점을 열었던
GS리테일(007070) 역시 운영 당시 판매 가격은 모두 서울 시내에 운영 중인 다른 직영점과 같은 가격으로 판매했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공항이나 터미널 등에 운영 중인 점포는 높은 임대료 때문에 사실상 수익을 포기하고 브랜드를 알리는 '간판' 역할에 집중한다"며 "업계 1위 브랜드가 임대료로 인한 손해를 고객들에게 전가한 셈"이라고 말했다.
BGF리테일이 인천공항 1층에 운영 중인 편의점 CU 매장에 공항을 찾은 소비자들이 상품을 구매하고 있다. 표는 서울 강서구 소재 CU 점포와 CU 인천공항점에서 판매 중인 상품의 가격 비교. (사진=뉴스토마토)
이성수 기자 ohmytru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