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올해부터 중국과 FTA가 발효되면서 연간 소비량 60조원에 육박하는 중국 수산물 시장이 무관세로 열리게 됐습니다. 수협은 수출 전략상품 개발과 신규 판로 확대를 통해 국내 수산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겠습니다."
김임권 수협중앙회 회장은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대중국 수산물 수출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같이 밝혔다.
김 회장은 "우리가 먹던 것을 그대로 가져가 해외에 파는 수출 방식은 한계가 있다. 철저하게 현지화 된 상품 개발이 필수"라며 "올 1월부터 수출상품 개발 T/F팀 꾸려 해삼마스크팩 등 상품을 개발하고 중국에서 현지인을 대상으로 시제품을 테스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지난 5월 중국 위해시에 한국의 수산물을 직접 수입해서 현지에 판매하는 수협국제무역유한공사와 지난달 북경 무역사업소를 설립한 데 이어 조만간 상해에도 한국 수산물만 취급하는 전문점을 개설할 예정"이라며 새로운 판로 확보에도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3대 째 가업을 잇는 어부의 집안에서 태어난 김 회장은 지난해 3월 수협중앙회 회장 취임 이후 수협법 국회 통과, 노량진 시장 현대화 작업 등 굵직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취임 이후 1년 반 동안 추진했던 사업과 앞으로 수협이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들어봤다.
- 연간 60조원 규모의 중국 수산물 시장 공략을 위한 전략이 있다면.
▲ 우선 판로확대를 위해 현지 무역사업소와 판매법인 설립 등 수출 인프라를 마련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수협은 2년 전부터 중국 상해와 청도에 무역사업소를 열고 시장개척을 위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데 생각보다 통관, 검역 등이 굉장히 까다로워 애를 먹고 있다.
지난 5월 위해시에 수협국제무역유한공사를 열었는데 이 현지법인은 우리 수협이 운영하는 중국 회사의 형태를 갖추고 한국의 수산물을 직접 수입해서 현지에 판매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또 지난달에는 북경에 무역사업소를 추가 개설했으며 조만간 상해에 한국 수산물만 취급하는 전문점을 개설해서 중국 시장공략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아울러 중국 소비자 입맛에 맞춘 신제품 개발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간편 멸치볶음, 즉석김탕, 굴크로켓, 해삼마스크팩 등 다양한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해삼마스크팩은 보습, 미백 두 종류 제품으로 구성한 제품으로 최고 수준의 해삼 추출물과 금가루, 해양심층수, 캐비어수 등 최고급 원료를 사용해 만들었다. 우리나라에서 팔 생각이었다면 개발 자체가 불가능했을 상품이지만 중국에는 우리나라 인구만큼 많은 고소득층이 존재하고 또 중국 소비자들이 해삼을 아주 좋아하기 때문에 이에 발맞춰 개발 중인 상품이다.
FTA를 통해 정부가 거대시장으로 향한 길을 놓았고, 이제 이 길을 따라 무엇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는 우리 수협이 앞장서서 해결해 나갈 과제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대중국 수출확대를 통해 수산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생각이다.
김임권 수협중앙회 회장. 사진/수협중앙회
- 중국과는 불법조업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과제도 있는데 어떻게 풀어가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중국어선 불법조업은 이미 도를 넘은지 오래다. 얼마 전 서해에서 우리 어업인들에 의해 나포된 불법 중국어선 2척의 어구를 보면 기가 찰 정도인데, 강력한 스크류를 이용해 바다 밑 뻘을 뒤집어 놓은 다음 자루망(그물)으로 바닥을 긁어 그야 말로 모든 것을 쓸어 담는 방식의 어구를 쓰고 있다. 바다를 완전히 망가트리고 어족자원 씨를 말리는 행위다. 우리 어장을 황폐화 시키고 있기 때문에 시급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해외 사례의 경우 국가 안보 차원에서 이 문제를 다루며 군사적 조치까지 하는 등 강력하게 대응한다는 점에서 우리도 훨씬 강화된 대응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인도적 차원에서 제공하는 묘박지(긴급피난수역)로 인한 피해가 심각한 것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 기상악화 시 외국 선박들도 우리 항구에 피신할 수 있도록 피항지를 제공하고 있는데, 중국 어선들은 이를 악용해 우리 항구를 불법조업 전진기지로 삼는 경우가 보편화 됐다. 피항을 핑계로 우리 바다를 드나들며 자유롭게 불법조업을 아무런 제지 없이 하고 있는 것이다. 피항지를 엄격히 제한하고, 입항한 경우 물샐틈없이 감시하고 감독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궁극적으로는 중국어선이 국내 어항을 긴급피난지로 선택하는 것 자체를 꺼릴 정도로 철저하게 관리 감독해야 한다.
- 지난 5월 19대 국회 끝자락에 극적으로 수협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이제는 수협법 개정안에 따른 후속 절차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데, 사업구조개편 작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 법개정에 따라 수협은 기존 중앙회에 속해 있던 은행사업을 자회사로 분리하고 자본금을 확충해서 국제은행자본규제 기준인 바젤III에 적합한 구조로 만드는 작업에 착수했다.
사업구조개편은 2년여 전부터 검토하고 준비해왔던 것이기 때문에 큰 틀에서 계획이 잡혀 있고 현안에 대한 검토도 상당부분 이뤄져 있는 상태다. 현재 수협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등 하위 법령을 개정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후 순차적으로 수협 정관을 비롯한 자체 내규도 일제히 정비할 예정이다.
법에 주어진 시한인 12월에 맞춰 완수하는 것은 물론, 성공적으로 구조개편작업을 마무리해서 독립 출범하는 수협은행을 조속히 안정시키고, 새롭게 사업 체제를 다져 나갈 계획이다.
- 노량진수산시장이 현대화사업 마무리 단계에서 이전문제로 기존 상인들과 갈등을 빚고 있는데 향후 정상화 계획은
▲ 일부 시장 상인들이 이전을 거부해서 어려움을 겪어왔지만, 최근 감사원이 이전거부 상인들이 제기한 공익감사 청원을 각하함에 따라 더 이상 명분도 설득력도 없는 행위임이 입증됐다.
시장 현대화 사업이 지난 2005년부터 타당성 검토를 시작해서 지금까지 11년의 시간이 필요했던 중요한 이유는 시장 구성원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새로 짓기 위해서였다. 그 중에서도 일부 상인들이 이전을 거부하며 내세웠던 점포 면적 문제나 임대료 문제 같은 것들은 이미 2009년부터 상호 간에 충분히 의견을 교환해서 합의서도 만들었으며, 이런 것들을 결정할 때 어느 것 하나 상인들과 상의하지 않았던 것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다 지어지고 난 후에 갑자기 말을 바꾸고 모든 것을 부정하기 시작했고, 갈등을 부추기는 외부 세력까지 개입하면서 시장 정상화에 시간이 걸리는 상황이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대다수 상인들이 이제는 이전을 거부할 명분도, 실익도 없다는 것을 충분히 알게 됐고, 전체 소매상인 가운데 약 60% 가량 되는 360여명의 상인들이 새 시장으로 이전을 완료한 후 점차 새 시장이 정상 기능을 찾고 있다.
이제 새로운 시장 활성화에 초점을 맞춰 문화공연, 마케팅 강화 등 노력을 기울여 나갈 것이다. 잔여 상점에 대해서는 미입주 상인 중 희망자에 대한 최종 추첨을 실시하고 그래도 빈자리가 생기면 사회적으로 취약한 영세상인 등에 대해 선별적으로 제한경쟁입찰 방식 등으로 영업 기회를 부여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 노량진시장 현대화가 완료되면 옛 노량진시장 부지 활용 부분에도 관심이 쏠리게 될텐데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
▲ 옛 부지 활용과 관련해 수협은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주관했던 복합리조트 사업 공모에 참여한 적이 있었는데, 아쉽게 탈락했다.
하지만 그 당시 많은 전문가와 언론들에서 노량진시장 부지가 가진 탁월한 잠재력과 가능성을 높이 평가해주었고, 그런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었던 시도였다고 생각한다.
현재는 수협 자체적으로 개발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대도시 한복판에 있는 노량진수산시장의 이미지를 살려 서울 도심 안에서 바다를 느끼고 즐기게 하는 장소로 만들어 해외관광객을 유치하고, 시민들을 불러 모으는 관광명소로 개발을 구상 중이다.
노량진시장이 위치한 곳은 수도 서울의 중심부이며 교통요지이자 한강변에 입지해 있는 공간의 장점을 가지고 있어서 이를 잘 활용하고 연계해 해양수산문화와 수산업이 어우러지는 복합시설을 만드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앞으로 여기서 발생하는 수익은 수협의 공적자금 상환과 어업인 지원에 사용할 것이다.
- 앞으로 우리 수산업 발전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면.
▲ 취임하면서 꼭 마음먹었던 것이 우리 어른들이 지금 먹고 살고 있는 터전인 바다를 자손만대까지 물려줘야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어장, 자원의 상태로는 앞을 장담할 수 없는 심각한 상황이다. 잡을 고기가 없다면 수산업이 더 이상 존재할 수 없다는 의미이고 이제 우리 후손들은 우리 바다에서 나는 해산물을 먹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업인 대표조직인 우리 수협이 어업인의 의견을 모으고 정부를 설득해 어장과 자원을 관리하는데 힘을 기울이려고 한다. 근본적으로 치어나, 어미고기를 잡지 말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잡는 양 자체를 지금보다 좀 줄이는 방향으로 관리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어획의 강도를 줄이면 어민들 입장에서는 소득이 줄어들 수 밖에 없고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수협이 수익을 창출해서 이들을 뒷받침해주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어장과 자원 문제를 해결해야만 우리나라가 수산강국으로 더 크게 발전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남은 임기 동안 이 분야에 혼신을 다해 나갈 생각이다.
지난 6일 롯데마트 서울역점에서 열린 국산고등어 판매촉진 및 시식행사에서 김영식 해양수산부 장관(왼쪽)과 김임권 수협중앙회 회장이 판촉행사를 벌이고 있다. 사진/수협중앙회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