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기자] 다수의 소액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비상장 벤처·중소기업에 투자하는 '크라우드 펀딩' 제도가 시행된 지 6개월이 지났다. 25일 한국예탁결제원 크라우드넷에 따르면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의 평균 모집가액은 1억5504만원, 평균 발행금액은 1억4546만원으로 집계됐다. 일반투자자 1965명, 전문투자자 89명, 소득적격투자자 56명 순으로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에 대한 일반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았다. IBK투자증권은 지난 3월 증권업계 최초로 크라우드펀딩 시장에 진출했는데,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임진균 고객상품센터장(상무. 사진)을 만나 크라우드펀딩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임진균 상무는 기업체를 오랫동안 봐왔다. 지난 1994년부터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로 제약·바이오 분야를 담당하며 기업분석을 했다. 당시 기업공개(IPO) 업무도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스타트업(신생벤처기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다. 2008년 IBK투자증권 설립 당시 리서치센터장으로 부임해 리서치센터를 세팅하고, 2년 동안 제약·바이오 섹터 분석 업무도 겸했다. 그는 스타트업 중 좋은 기술을 가진 회사 모델을 들여다보다가 전도유망한 기업을 발굴하는 크라우드펀딩에 관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다음은 임진균 상무와 일문일답.
-증권업체 최초로 크라우드 펀딩 시장에 진출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회사 특성이다. IBK투자증권이 코넥스 상장을 제일 많이 하지 않나. IPO도 중소기업 중심으로 한다. 회사자체가 중소기업과 동반해 성장한다고 봤을 때 크라우드 펀딩 제도가 생기면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해 먼저 진행했다. 기업들의 자금조달 소진 단계에서 크라우드펀딩 업무로 자금조달을 중개하며 우리가 어느정도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회사는 중소기업에게 토탈 금융 서비스 제공하기 위해 2008년 설립됐다. 작년에 투자형 크라우드펀딩 관련 법이 처음 통과됐을 때부터 검토에 들어갔다. 일부에서는 중소기업 특화 증권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했다는 얘기를 하는데 굉장히 억울하다. 이전부터 검토했었고, 금융위원회에서 제도를 만들 때 관련자가 들어가 계속 참여했다.
-크라우드펀딩 성공률이 낮은데
6개 중 2개를 성공시켰고, 현재 4개를 진행 중이다. 성공률을 계산하면 34% 정도다. 다른 데보다 낮긴 하지만, 금액상으로 보면 7억원 정도다. 크라우드펀딩 전체 규모를 100억 정도로 보면 7% 정도고, 12개 업체 단순 평균을 낼 경우 많이 떨어지는 금액은 아니다.
-성공률을 높일만한 방안이 있나
성공률 자체도 중요하지만, 기업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금액이 필요하다. 크라우드펀딩 모집에 성공했던 두 곳의 모집금액은 2억원과 5억원으로 다른 중개업자에 비해 금액이 다소 높은 편이었다. 초기에는 금액을 적게 잡거나 기한을 변경해 성공하는 경우도 있다. 필요하다면 그렇게 하겠지만, 우선 좋은 기업을 잘 고르는 게 중요하다.
-업체 선택 기준은 무엇인가
기술, 수익모델, 경영진 세가지를 본다. 기본적으로 스타트업들은 재무분석이 불가능하다. 계획은 잡혀있지만 과거 데이터가 없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업종이 속해 있는 산업 자체의 큰 그림을 본다. 그 안에 회사가 속해있으면서 얼마나 경영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지 판단한다. 스타트업 단계에서는 성공에 대한 평가가 어렵다. 회사에서 주는 IR자료와 창업자가 신뢰할 만한가도 참고한다.
-신뢰를 어떻게 검증하나
내부적으로 위원회 비슷한 걸 운용하고 있다. 각 기업들에 대해 평가항목들이 있고, 위원 세 명 가운데 두 명 이상이 승인을 해야 한다. 각자 제출한 자료를 보고, 실제로 업무를 진행하는 사람은 회사에 꼭 방문토록 한다. 자료를 받아도 회사가 실체없는 경우 있어 방문 후 인터뷰 등을 통해 회사에 대한 신뢰성을 판단한다. 기술이 좋다면 특허가 있는지도 따진다. 기술만 혁신적이고 좋으면 돈이 될거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을 함께 본다. 20여년 동안 제약·바이오 회사 분석하면서 다년간 리서치 센터장을 한 경험에서 나온 것이다. 아직 시행은 안됐지만, IBK신용정보, 서울신용평가 등 외부 평가기관과 연계할 수 있는 부분도 검토하고 있다.
-크라우드펀딩 운용 인력 구성은
전업으로 관여하고 있는 사람은 5명 정도다. 필요하면 다른 업무를 하고 있는 사람도 지원이 가능한 상황이다. 이비즈(E-Biz) 2명, 상품솔루션팀 3명이다.
-크라우드펀딩은 수익률이 낮은데
크라우드펀딩 자체만으로 투입되는 인력과 비용을 뽑을 수 없다. 초기 단계에 유망한 기업들을 조기에 발굴해 우리 회사와 파트너가 될 수 있는 부분에 주안을 둔다. 중소기업과 같이 가는 게 중요하고, 네트워크가 형성돼 관계를 맺으면 직접 투자나 대출로도 연계될 수 있다. 또, 코넥스 코스닥 IPO등과 더불어 우리 자체적으로 자기자본투자(PI)도 가능하다.
-크라우드펀딩이 일시적인 '붐'이라는 의견도 있다
사람들이 성급하게 생각하는데, 크라우드 펀딩이야 말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봐야한다. 스타트업에 막 투자 하면서 성과 많이 안 나온다고 하는 게 굉장히 어불성설이다. 스타트업이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기본적인 발판을 마련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이 크라우드펀딩의 가장 중요한 목적 중 하나 아닌가.
-IBK투자증권은 크라우드펀딩에서 어떤 장점이 있나
일단 우리는 여기 수익에만 목멜 필요가 없다. 다른 비즈니스들이 많다는 얘기다. 종목을 발굴할 때 네트워크 확장성이 뛰어나고, 크라우드펀딩이 종료되더라도 컨설팅과 IB 등을 통해 상장까지 모든 과정을 단계별로 진행할 수 있다. IBK기업은행도 문화관련 콘텐츠 투자를 많이 해왔다 .필요한 경우에는 마중물 펀드, 문화컨텐츠형 크라우드 펀딩에 투자할 수 있는 펀드도 조성돼 있다. 크라우드펀딩 성공 건수가 많아지면 스타트업들을 중심으로 커뮤니티를 만들어 관계를 맺는 방법도 장기적으로 구상하고 있다.
-개선돼야 할 제도가 있다면
투자 한도 얘기는 많이 나와서 굳이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전문투자자에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가 포함돼 있지 않다. 금융투자사에서 투자관련 업무 경력이 있다면 이들을 전문투자자에 포함해도 되지 않을까.
현재 크라우드펀딩 시 일반 투자자는 1년 한도가 500만원, 특정 기업에 200만원이다. 또, 크라우드펀딩을 운영하는 사업자는 자신이 개설한 홈페이지에서만 홍보할 수 있고 업체 이름이나 펀딩 상품명은 외부에 홍보할 수 없다. 이 때문에 투자자 보호 제도뿐 아니라 투자한도 제한과 광고방법 제한 등의 규제를 풀어 시장을 활성화 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임 상무는 현재 벤처기업의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크라우드 펀딩이라는 파이를 키워야 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초기 단계 기업들이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주면서, 협업을 통해 파트너로서 성장하는 것이 그의 장기적인 비전이자 목표다.
임 상무는 스타트업이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기본적인 발판을 마련해 주는 것이 크라우드펀딩의 가장 중요한 목적이라고 말했다. 사진/IBK투자증권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