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국내 주요 은행 및 금융지주사들이 상반기 깜짝 실적을 거뒀지만 질적 성장은 정체 현상을 빚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은행들의 경영성과를 나타나내는 수익률 지표는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대출 관련 이자이익에만 의존해 비이자이익은 늘리지 않은 탓으로, 저금리·저성장 기조 속에서 수익성 방어에만 치중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31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신한금융·KB금융·하나금융·우리은행 등 주요 은행권 금융사들이 자산과 자기자본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용했는지 알 수 있는 ROA와 ROE가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ROA는 기업 총자산에서 당기순이익을 얼마나 올렸는지를 가늠하는 지표이며, 자기자본이익률(ROE)은 투입한 자본으로 어느 정도 이익을 올리고 있는가를 나타내는 지표를 말한다.
금융사별로 살펴보면
신한지주(055550)의 지난 상반기 ROE와 ROA는 각각 9.84%와 0.79%에 달했다. 하지만 전년 동기 대비 각각 0.85%포인트, 0.02%포인트 개선, 그 상승폭이 0.1%포인트에도 미치지 못했다.
KB금융(105560)의 ROE는 지난해 같은 기간(6.77%) 보다 1.0%포인트 증가한 7.77%, ROA는 지난해 같은 기간(0.61%)보다 0.07%포인트 오른 0.68%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KB금융은 6월말 그룹 총자산(관리자산 등 포함, 각 계열사 자산의 단순합계)이 471조4000억원으로, 신한지주(478조2308억원)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성장했지만 ROA는 여전히 0.11%포인트나 차이가 난다.
우리은행(000030)의 ROA는 0.5%로 전년 동기 0.37%보다 0.13%포인트, ROE는 5.71%에서 7.75%로 2.04%포인트 높아졌다.
하나금융지주(086790)의 ROE와 ROA는 7.1% 및 0.5%로 각각 0.09%포인트, 0.02%포인트 높아졌다. 이들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 관련 수치가 급감한 데 따른 기저효과로 풀이된다.
국내 금융사들의 수익성이 장기적으로는 꾸준히 개선의 흐름을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글로벌 은행들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는 미흡한 수준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은행의 ROA는 0.43%로, 전 세계 10대 은행의 ROA는 1.05%에 비해 턱없이 낮다. 글로벌 100대 은행의 0.75%에 비해서도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또 전 세계 상위 10대 은행의 평균 ROE는 11.6%로 국내 은행(5.56%)의 두 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 같은 현상이 대출자산 등 이자이익에 지나치게 편중된 국내 은행들의 사업구조 등에 기인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현재와 같은 저금리 환경에선 대출자산 성장에 따른 이익증대 효과가 낮아 더 이상의 수익성 개선이 어렵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신한지주의 비이자이익은 8586억원으로 전체의 19.5%, 우리은행은 5356억원으로 17.7%, KB금융은 7324억원으로 전체의 19.6%를 차지하는데 그쳤다. 국내 은행과 자본금 규모가 비슷한 해외 은행의 비이자이익 비중은 40.3%로 국내 은행의 두 배에 달한다.
올 상반기에는 비은행 계열사가 부진하면서 은행 의존도가 더욱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반기 전망도 밝지 않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의 이자이익 덕분에 상반기 호실적을 거뒀지만 아직까지 지난 6월 한은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반영되지 않았다"며 순이자마진이 내려가면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통상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낮아지면 순이자마진(NIM)은 0.05%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상장사 은행권 이자수익이 올 하반기에만 1400억원 가량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하반기 가속화될 비대면 중심의 핀테크 열풍은 업권간의 무한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업권을 불문하고 경쟁자가 나타나고 있는 데다가 수수료 및 법정금리 인하 등 정부 규제가 맞물리고 있다"며 "전통적인 사업모델로는 비이자이익을 늘리기 힘들어졌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고 전했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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