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 '유통가의 역습'에 위기감 고조

신세계·롯데 유통공룡, 식품 제조영역까지 넘봐

입력 : 2016-07-31 오후 3:31:51
[뉴스토마토 이광표기자] 내수침체와 소비 부진 등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식품업계가 최근 또 다른 위기감에 쌓여있다. 판로 역할을 해주던 유통업체들이 가격경쟁력과 유통망을 앞세운 자체 식품브랜드를 앞세워 공세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전략적 동지였던 유통업계가 이제는 또다른 경쟁자가 된 셈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롯데와 신세계 등 유통업계는 자체 식품 브랜드를 앞세워 '유통'아닌 '제조'의 영역까지 진출하며 식품업계를 위협하고 있다. 
 
신세계(004170)는 식품브랜드 '피코크(PEACOCK)' 제품을 2013년 280개에서 지난해 800여 개로 확대했다. 불과 2년 만에 제품 수를 150% 늘렸다. 매출액도 지난해 780억에서 최근 월평균 90억원 이상의 매출을 보이는 놀라운 성장세를 기록중이다. 
 
최근에는 본격적인 식품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신세계의 식품·외식 계열사인 신세계푸드가 자사 브랜드를 붙인 가정간편식(HMR) 제품을 오는 9월부터 생산해 판매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CJ제일제당(097950), 오뚜기(007310), 대상(001680) 등 간편식시장의 기존 강자들과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신세계의 식품시장 진출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직접 생산한 식품브랜드를 회사 창립 이후 사상 처음으로 타 유통채널에 판매한다는 점이다.
 
#롯데그룹은 지난 27일 프리미엄 통합브랜드 '초이스 엘 골드'(Choice L Gold)를 새로 만들고 라면과 파스타 등 10종류의 상품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롯데제과(004990), 롯데푸드(002270), 롯데칠성(005300)음료 등 제조계열사와 우수 협력사가 '초이스 엘 골드' 제품을 만들고 롯데마트와 롯데슈퍼, 세븐일레븐 등 그룹 유통망을 통해 판매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컵라면과 파스타, 그릭요거트 등 다양한 유통채널에서 판매 가능한 가공식품이 1차 대상으로 지목됐다. 판매망도 마트, 슈퍼 외에 백화점, 면세점과 닷컴, 아이몰 등 롯데의 온라인 채널로까지 확대한다.
 
롯데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소품목 제품을 개발해 품질을 높이는 동시에 가격도 합리적인 수준으로 유지해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려 신세계 피코크를 빠른 속도로 따라잡겠다는 각오다. 
 
유통업체들이 잇따라 식품 브랜드를 선보이는 등 역습이 시작되자 식품업체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대형유통업체 지원을 등에 업은 브랜드들이 시장 잠식을 본격화하면서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상품 진열대의 자리가 좁아지는 것은 물론 저렴한 PB와의 경쟁을 위해 납품가격을 낮춰야 하는 감수해야하는 최악의 상황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업계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내수 불황으로 매출 확대에 어려움을 겪는 식품업체들이 유통업체들의 PB제조에 나서는 OEM 업체로 밀리는 씁쓸한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는 위기감마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 판로를 손쉽게 확보한 PB 상품과 경쟁하려면 대대적인 홍보가 필요하기 때문에 마케팅비 증가 등 출혈경쟁이 심화될 수 밖에 없다"며 "중장기적으로 식품업계에 적잖은 충격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롯데그룹이 최근 론칭한 식품 브랜드 초이스 엘 골드 제품을 소개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롯데그룹).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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