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용현기자] 확산되는 역전세난에 높은 전세가율을 이용해 소액 투자에 나선 갭(Gap)투자자들의 위기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입주물량 증가에 전세가격은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는데다 자칫 주택가격 마저 하락세가 본격화될 경우 집주인은 물론, 세입자의 피해마저 우려되고 있다.
1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연초인 지난 1월 최소 8억원, 최대 8억7000만원에 달하던 서울 송파구 잠실동 84.99㎡의 전세가격은 최근 1억원이 뚝 떨어진 7억원에 계약이 체결됐다.
그나마 세입자를 찾은 매물은 다행. 갈수록 전세물건은 쌓이고 있지만 찾는 사람은 갈수록 없어 전세가격은 하루가 다르게 곤두박질치고 있다.
잠실동 소망 공인 관계자는 "전셋값이 빠지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집주인은 조금이라도 높은 가격에 빠르게 매물을 내놓고 있지만 임대기간이 남은 세입자들은 더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에 좀처럼 계약에 나서지 않고 있다"며 "(세입자들이)가장 많이 찾는 33평(84㎡)대도 지난주와 비교하면 1000만~3000만원 내린 가격에도 매물이 나오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중개업소 모습. 수요가 크게 줄면서 전세가격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고, 그에 따른 역전세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처럼 전세가격이 빠르게 떨어지면서 역전세난에 따른 집주인과 세입자들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특히,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에 육박할 정도로 오르면서 차익을 이용한 갭투자에 나선 투자자들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서울 장위동에 거주하는 자영업자 강한별(37·남)씨는 지난해 10월 강동구에서 4000만원을 주고 아파트를 구입했지만 최근 전세가격이 떨어지면서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강 씨는 "주변에 재건축이 이뤄지면서 개발이 진행되면 이주수요가 많아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해 매도에 나섰지만 최근 위례나 미사 등 새아파트 입주가 이어지면서 전셋값이 빠지고 있다"며 "1년 정도는 여유가 있지만 앞으로도 입주가 계속된다고 하니 추가로 가격이 떨어질 경우 돌려줄 보증금 마련이 쉽지 않을 것 같다"며 걱정했다.
집주인뿐 아니라 세입자들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피해를 볼 수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집값의 80%를 넘을 정도로 전셋값이 올라 자칫 집값 마저 떨어질 경우 경매로 넘어가도 보증금을 일부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김준환 서울디지털대학교 교수는 "전세수요가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집값 하락 가능성도 커진다. 특히, 서울 접근성이 좋은 신도시들에서 대규모 입주가 이어지면서 신규 공급이 적은 서울도 집값이 떨어질 수 있다"면서 "전세금 보증보험 가입자들이 늘고는 있지만 여전히 소수에 불과해 가격 하락에 따른 깡통주택 발생시 셍비자들도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전세난에 우후죽순 들어선 신축빌라 등의 경우 아파트에 비해 환금성이 떨어지고, 가격 하락폭이 더 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용현 기자 blind2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