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지는 사람 없다…점점 커지는 승부조작 망령

심판까지 승부조작 연루 의혹 번져
"KBO 관계자들, 자리 지키기에 급급"

입력 : 2016-08-02 오후 1:06:36
[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프로야구를 강타한 승부조작 사태가 심판까지 번져가는 가운데 한국야구위원회(KBO)와 해당 구단 관계자들의 책임 있는 행동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1일 스포츠전문 매체 <엠스플뉴스>는 '모 베테랑 심판이 구단을 상대로 수시로 돈을 받아왔다. 이에 따라 해당 구단에 유리한 판정이 나왔다'며 '특히 KBO는 이 심판의 비위 행위를 인지했다. 그런데도 별다른 책임을 묻지 않은 채 조용히 문제를 덮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참조 기사 [탐사보도] '상습 도박' 심판, 구단에 돈 받고 승부조작 했나)
 
최근 프로야구는 신예 투수 이태양(NC)과 유창식(KIA)이 승부조작 사실을 시인하면서 홍역을 앓고 있다. 여기에 이재학(NC)마저 추가로 승부조작 정황이 의심돼 경찰이 내사에 들어갔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런 악재 속에서 팬들이 승부조작에 가담한 것 아니냐고 의심의 눈길을 보내온 심판마저 결국 사태의 한 축으로 거론된 셈이다. 야구계를 향한 비판의 강도가 높아지면서 프로야구는 2012년 승부조작 사태 이후 또 다시 리그 존립 자체를 위협받는 상황에 직면했다. 
 
경찰은 이번 사태가 승부조작 혐의를 넘어 스포츠도박까지 연결됐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에 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2년 승부조작 사건보다 더욱 후폭풍이 거셀 것이란 얘기가 야구계 안팎에서 흘러나온다.
 
하지만 사태가 일파만파 번지는 데도 KBO를 비롯한 야구계 고위 인사 누구도 책임지겠다는 사람 없이 자리 지키기에 급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희준 동아대 교수는 "미국 조지아대학교는 운동부만 30개가 있을 정도로 스포츠에 관심이 지대하다. 그런데 스카우트 비리가 나왔을 때 총장과 부총장을 비롯한 관계자 모두가 책임지고 물러났다. 일본 요미우리 자이언츠 역시 한 선수가 자신의 팀 경기에 베팅한 것이 밝혀지자 구단 고문과 구단주 등이 모두 사임했다"면서 "구단과 KBO가 이번에도 선수를 퇴출하는 데 그치면 사태는 다시 반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야구계가 원론적인 입장만 반복하는 사이에 해결책을 찾기 위한 노력은 시민단체에서 먼저 나오고 있다. 지난달 28일 스포츠문화연구소와 체육시민연대는 체육 교수, 평론가, 변호사 등을 모아 '프로야구 승부조작 끝장토론'을 열었다. 그러나 정작 현직 프로야구 관계자와 KBO 실무진들은 참여를 고사했다. 이 때문에 야구계가 사태를 인지하면서도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토론회 주최 관계자는 "실제로 야구계 인사들한테 나서서 어떠한 얘기라도 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모두 거절했다. 그런 분들이 나서서 비판적인 얘기를 하게 되면 집단에서의 불이익 같은 것을 생각한 것 같다. 그분들 입장에서는 이런 사실이 자꾸 불거지는 게 살아온 자신의 삶 자체를 부정하는 꼴이 되니까 그 부분은 이해도 된다"면서도 "그렇다 하더라도 KBO나 야구계 관계자들이 잠자코 있는 것은 정상적이지 않다. 이쯤 되면 책임지겠다는 사람이 나오고 그 뒤를 이어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회피하지 않는 움직임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당시 토론회에 참여했던 박지훈 변호사 겸 스포츠문화연구소장은 2일 "KBO가 당장 리그 중단을 해야 한다. 총장과 사무총장이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며 "자정능력이 없음을 스스로 입증한 KBO는 외부전문가들로 이뤄진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그 통제에 따라야 한다. 이러한 조치들이 없을 시 민·형사상 책임을 묻기 위한 법적 절차에 들어갈 수 있다"고 촉구했다.
 
임정혁 기자 komsy@etomato.com
 
◇국내 프로스포츠 인기 1위로 불리는 프로야구가 심판마저 승부조작 의혹에 휩싸였다. 사진은 지난달 14일 잠실야구장 관중석 모습.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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