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기자] 스마트폰, TV, 반도체 등 삼성전자 3대 분야에 대한 중국 기업들의 공세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가격경쟁력에 기술력까지 갖췄다. 외형도 대형 인수합병 등을 통해 급격히 불렸다. 여기에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까지 더해지고 있다. 위협이다.
지난 1일 화웨이는 베이징컨벤션센터에서 '아너노트8' 발표회를 열었다. 아너노트8은 화웨이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패블릿(스마트폰+태블릿)으로, 6.6인치 대화면 디스플레이를 채택했다. 스펙도 뛰어나다. 고사양 모델 기준으로 풀HD의 2배 해상도인 QHD디스플레이와 자체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최신 버전인 기린955를 탑재했다. 한 달가량 먼저 공개된 '아너8'처럼 듀얼카메라를 채택하지는 않았지만 전면 800만, 후면 1300만 화소의 고성능 카메라를 내장했다. 가격은 2299위안(약 38만원)부터다.
눈길을 끄는 점은 아너노트8의 공개 시점. 업계에서는 화웨이가 삼성전자보다 하루 앞서 신제품을 공개한 것을 두고 시선 분산과 견제의 목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영국 런던,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등 3곳에서 '갤럭시노트7'을 동시에 꺼내든다. 아너8과 보조를 맞추고자 이름에 '8'을 넣은 것을 두고도 삼성의 전략을 쫓았다는 분석이 이어졌다. 갤럭시노트7은 갤럭시노트5의 후속작이지만 갤럭시S7과의 시너지를 위해 숫자 6을 건너뛰었다. 앞서 화웨이는 미국과 중국 등지에서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하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3위의 위용을 뽐냈다.
쟈웨팅 러에코 회장(왼쪽)과 윌리엄 왕 비지오 최고경영자(CEO)가 두 회사의 인수합병을 알리는 기자간담회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삼성전자의 지위가 위협받는 곳은 스마트폰 영역에 국한되지 않는다. 중국판 넷플릭스로 시작해 TV, 스마트폰 등 제조영역으로 발을 넓힌 러에코는 지난달 말 미국의 TV 제조업체 비지오를 20억달러(약 2조원)에 인수키로 했다. 연내 인수 절차가 마무리되면 러에코는 비지오의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운영 전반과 기술, 지적재산권 등을 이전받게 된다. 지난 2002년 대만계 미국인 윌리엄 왕이 설립한 비지오는 중국, 멕시코 등지에서 생산한 중저가 TV를 중심으로 북미시장에서 입지를 다져왔다. 지난 1분기 기준 시장점유율은 17.8%로, 삼성전자(37.1%)에 이어 2위다.
러에코는 비지오 브랜드와 판매·서비스 네트워크를 그대로 활용해 글로벌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시장조사기관 위츠뷰는 러에코가 비지오 인수로 삼성전자, LG전자와 함께 글로벌 3대 LCD TV 제조사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쟈웨팅 러에코 회장은 성명을 통해 "이번 인수는 러에코의 글로벌화 전략에 매우 중요한 한 걸음"이라고 자평했다.
반도체 분야의 공세도 거세다. 중국의 대표 국영 반도체 기업인 칭화유니그룹과 XMC가 손을 잡으면서 시장구도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마이크론, 샌디스크 등의 인수를 수차례 타진했으나 번번히 미국 정부의 반대에 가로막히자, 자국 기업끼리의 몸집 불리기를 선택했다. WSJ 등 외신은 두 회사의 합병 배후에 중국 정부가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메모리반도체는 통상 규모가 커야 생산단가를 낮출 수 있는데, 자급자족을 목표로 하는 정부의 비호 아래 이번 거래가 추진됐다는 것이다. 올 초 칭화유니그룹은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삼성전자를 따라잡기 위해 300억달러(약 33조원)을 투자할 의향이 있음을 밝혔다. XMC는 지난 3월 우한에 240억달러(약 27조원)을 투자해 중국 최초의 3D 낸드 공장 건설을 시작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