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기자]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올림픽(23세 이하) 축구 국가 대표팀이 첫 일전을 치른다. 이번 경기에서 다득점을 올리는 것은 물론 16년간 이어진 '첫 경기 무승 징크스'를 떨쳐야 한다.
대표팀은 5일(한국시간) 사우바도르 폰치노바 아레나에서 피지와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남자 축구 예선 C조 1차전을 펼친다. 남태평양 작은 섬나라 피지는 이번 대회 최약체로 꼽힌다. 메달권 진입을 노리는 한국은 피지를 반드시 이겨 승점 3을 확보해야 한다. 비기거나 패한다면 조별 예선 통과가 힘들어진다.
한 조에 속한 독일과 멕시코도 피지전 승리가 예상돼 이번 경기는 한국에 '본전치기'에 불과하다. 세 팀을 둘러싼 '피지전 변별력'은 승리를 넘어 점수 차에서 갈릴 전망이다. 한국은 피지를 맞아 독일과 멕시코보다 더 많은 골을 넣고 득실차를 높여야 유리한 자리를 잡을 수 있다. 그래야 토너먼트 진출을 놓고 혹시 있을 독일, 멕시코와 골 득실 싸움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다.
대량 득점을 위해선 이른 시간 선제골이 필요하다. 극단적인 수비로 나올 것으로 보이는 피지이기 때문에 전반 초반 득점해야 우리만의 경기를 펼칠 수 있다. 반면, 중후반까지 골이 나오지 않는다면 조급한 마음에 제대로 된 경기력을 발휘하지 못할 수 있다. 밑져야 본전인 강호와 달리 약체와 경기가 오히려 더 부담스러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다행스러운 건 신태용호가 지난달 30일 열린 유럽의 강호인 스웨덴과 최종 평가전에서 3-2로 이기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점이다. 이날 원톱으로 출전한 황희찬(레드불 잘츠부르크)이 시종일관 맹활약했고 공격 2선에 자리한 문창진(포항 스틸러스), 류승우(레버쿠젠), 권창훈(수원 삼성)도 쉴 새 없이 상대를 몰아붙이며 공격력에서 합격점을 받았다. 골을 넣어야 이기는 축구에서 공격력이 살아나고 있다는 건 그만큼 골을 넣을 확률이 높아진다는 의미이기에 반가운 일이다.
무엇보다 와일드카드(23세 초과 선수)로 뽑힌 손흥민(토트넘 홋스퍼)과 석현준(FC포르투)가 이날 빠진 가운데 결과를 냈다는 점이 뜻깊다. 성인 국가 대표팀과 유럽 프로리그를 누비고 있는 둘이 공격진에 합류한다면 올림픽 대표팀의 공격력은 한층 더 올라갈 수 있다. 애초 피지전에 결장하고 2차전 독일전부터 나설 전망이었던 손흥민은 피지전 교체 출전이 유력하다.
우려스러운 건 대표팀이 2000년대 들어 치러진 네 번의 올림픽에서 단 한 차례도 예선 첫 경기를 잡지 못하며 '첫 경기 징크스'에 시달렸다는 점이다. 한국은 지난 2000 시드니 올림픽에서 스페인에 0-3으로 무너졌고 2004 아테네 올림픽 땐 '개최국' 그리스와 2-2로 비겼다.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선 카메룬과 1-1로 승패를 가리지 못했고 동메달을 딴 2012 런던 올림픽에서도 멕시코와 0-0으로 무승부를 기록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올림픽 축구 국가 대표팀이 지난달 18일 브라질로 출국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