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되는 리우올림픽 잡음…신흥국 개최 사라지나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 "개막 전까지 온 것도 힘든 여정이었다"
"리우, 개최 확정 이후 7년 간 전혀 다른 도시로 변해"

입력 : 2016-08-03 오후 2:05:27
[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리우올림픽이 오는 6일 오전(한국시간) 개막을 앞둔 가운데 미흡한 대회 준비가 잇따라 도마 위에 오르면서 벌써부터 최악의 올림픽이 될 것이란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급기야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올림픽 준비가 만만치 않다"고 털어놓으면서 앞으로 신흥국이나 개도국에서의 올림픽 개최는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예측도 나오고 있다.
 
리우올림픽은 IOC 창설 이후 122년 만의 사상 처음으로 남미 대륙에서 열리는 대회다. 역대 최다인 206개국 1만500여명의 선수단이 참석해 208개 종목에서 306개의 금메달을 놓고 기량을 겨룬다. 겉으로만 놓고 보면 '지구촌 화합'이라는 올림픽 취지에 딱 들어맞는다. 새로운 대륙에서 전 세계 선수단이 모여 공정한 스포츠 정신을 나눈다는 의미를 띄고 있다.
 
하지만 지카바이러스 전염, 치안 불안, 경찰과 공무원들 파업, 브라질 현직 대통령의 정직 처분, 수질 오염 논란 등 여러 논쟁적인 이슈로 전 세계 언론으로부터 많은 비판과 우려를 받고 있다. 최근에는 각국 선수들이 현지에 도착하면서는 선수촌 부실 공사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브라질 당국이 각종 비판 속에서도 선수촌 만큼은 자랑거리로 삼아왔는데 그마저도 잡음이 나오는 상황이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선수촌 부실 공사 논란으로 호주, 아르헨티나, 스웨덴, 일본 일부 선수들이 입촌 거부를 했으며 심지어 개최국 브라질 선수 중 일부도 선수촌을 이탈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민국 선수단 사이에서도 이러한 불만은 끊이지 않고 있으며 특히 여자배구선수단은 선수촌 내부 시설 문제는 둘째고 훈련장과 선수촌 사이의 거리 문제로 제대로 된 연습 시장을 보장받지 못하기도 했다.
 
이 가운데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지난 2일 리우에서 열린 총회에서 "여기까지 온 것도 정말 길고 힘든 여정이었다. 리우올림픽 준비가 만만치 않다는 건 말할 필요도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브라질은 정치와 경제 위기를 겪고 있다. 브라질 시민들이 힘겨운 상황에 살고 있다는 건 과장이 아니다"며 이례적으로 대회 개최에 어려움을 호소했다.
 
심지어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IOC 인사들은 이날 총회에서 앞으로는 신흥국이나 개도국의 도시에서 올림픽 개최를 자제하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이 때문에 향후 올림픽 개최에서 '미지의 대륙'으로 남은 아프리카와 인도의 개최권 획득은 더욱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보도에 따르면 노르웨이의 게르하르트 하이베르그 IOC 위원은 "리우올림픽은 우리가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이라며 "이번 대회가 성공할 수 있을지 확신이 더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리우올림픽은 2009년에 대회 유치가 확정됐다. 당시 IOC는 넓은 땅과 인구를 비롯해 자연환경 등에서 높은 점수를 줬다. 남미 대륙이 올림픽 개최를 하지 못한 곳이라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였다. 하지만 올림픽 개최 확정 이후 리우는 여러 정치적인 문제와 그에 따른 치안 문제가 불거지면서 전혀 다른 도시로 변해버렸다는 게 IOC의 설명이다.
 
캐나다의 딕 파운드 IOC 위원은 "이번 리우에서의 교훈은 7년 사이에 많은 것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WSJ는 "리우올림픽 경험이 이미 올림픽 개최지 선정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2013년에 도쿄가 2020년 대회 유치 경쟁에서 이스탄불에 이긴 것도 당시 리우가 올림픽 준비과정에서 고전하고 있었던 것과 관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지구촌 화합'이라는 명분을 위해 신흥국과 개도국 개최가 더욱 필요하다던 목소리가 당분간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전망이다.
 
임정혁 기자 komsy@etomato.com
 
◇브라질 리우 시민들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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