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다중대표소송·일감몰아주기 규제 등 경제민주화 박차

김종인·채이배· 최운열 등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잇따라 국회 제출

입력 : 2016-08-11 오후 4:27:38
[뉴스토마토 한고은기자] 지난 대선 당시 도입이 추진됐으나 정부의 경제활성화 정책 기조 변화로 미완의 과제로 남겨졌던 경제민주화 입법에 대해 야권이 큰 그림을 속속 내놓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당 채이배 의원은 최근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상법 개정안과 일감몰아주기 규제 실효성을 강화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을 내놓고 재벌구조개혁을 정조준했다. 채 의원은 20대 국회 입성 전부터 소액주주 운동에 앞장서며 주주권리 찾기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채 의원이 발의한 상법개정안에는 경제민주화 입법 과제로 추진됐으나 지난 국회에서 진전을 이루지 못했던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감사위원 분리선출 ▲사외이사제도 개선 ▲전자투표제 및 서면투표제 단계적 도입 등 주요 과제들이 총망라돼있다.
 
이중 다중대표소송제는 자회사의 이사회 등 경영진이 경영진이 불성실한 경영 행위로 손해가 발생했을 때 모회사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경우 모회사에 대해 1% 이상의 지분을 갖고 있는 주주가 경영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는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다.
 
채 의원은 상법상 모회사 판단 기준인 '자회사에 대한 주식 보유 비율 50% 초과' 기준을 다중대표소송에서는 '30% 이상'으로 하향해 소송이 적용되는 회사의 범위를 대폭 확대했다. 모회사가 자회사의 지분 30%만 갖고 있어도 '모자회사 관계'로 간주한다는 것이다.
 
특히 채 의원의 안은 상장기업의 경우 다중대표소송을 청구할 수 있는 주주의 자격 요건을 현행 '6개월 전부터 계속하여 상장회사 발행주식총수의 1만분의 1(0.01%) 이상에 해당하는 주식을 보유한 자'에서 '10만분의 1(0.001%)'로 한층 완화했다.
 
경제민주화의 아이콘이자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맡고 있는 김종인 의원이 지난 7월 경제민주화 입법 과제를 망라해 발의한 상법개정안에서도 다중대표소송제 도입을 명시하고 있다.
 
다만 김 의원의 상법개정안은 다중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모회사의 자회사에 대한 주주 보유 요건을 현행대로 '50% 이상'으로 정했다. 상장기업에 대한 다중대표소송 청구 요건도 현행대로 '1만분의1(0.01%)'로 정해 기업들의 입장에서는 채 의원의 안이 조금 더 부담된다는 평가다. 
 
재계에서는 이를 두고 '외국계 투기자본의 놀이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외국인 주주들이 악의적인 소송을 제기한 뒤 경영권에 개입하거나, 소송을 매개로 주가를 일부러 떨어뜨린 뒤 주식을 매입하고 다시 소송을 취하해 주가가 올라가면 되파는 식의 거래 유인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두 의원은 공통적으로 감사위원의 독립성 강화를 다루고 있다. 주주총회에서 선임된 이사 중 감사위원을 선임하도록 하고 있는 상법 조항을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이사의 경우 다른 이사들과 분리해 선출하도록 했다.
 
김 의원의 경우 '거수기 사외이사'라고 비판받던 사외이사 선임 절차도 까다롭게 했다. 최대주주 및 그의 특수관계인을 사외이사 후보추천위원회에서 배제하고, 결격 요건에 최근 5년 이내 상장회사 및 계열회사의 임직원이었던 자, 6년 이상 사외이사로 재직한 자 등을 추가했다. 지금까지는 지배주주와 경영진의 경영 활동을 객관적인 입장에서 감시·감독하고 때로는 견제해야 하는 임무를 갖고 있는 사외이사가 재벌기업과 친밀한 관계에 있던 권력기관 출신이나 기업 활동에 우호적인 교수 등 전문가 그룹 출신 인사들로 채워졌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우리사주조합 및 소액주주들이 추천하는 사외이사 각 1인 또는 복수의 후보자를 사외이사 후보추천위원회에 추천하고, 기업은 이들이 추천한 후보자를 반드시 사외이사로 선임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두 의원은 소액 주주들의 주주총회 참석을 장려하는 전자투표제에 대해서도 단계적 의무화를 주장했다. 
 
채 의원은 상법 개정안에 더불어 편법 증여 수단으로 이용되며 규제 필요성이 제기되고, 2013년 법 개정까지 이뤄진 '일감몰아주기' 규제의 실효성을 높이는 공정거래법 개정안도 제출했다. 법안은 자산총액 5조원 이상 기업 가운데 총수일가 보유 지분이 상장사의 경우 30% 이상, 비상장사의 경우 20% 이상인 계열사와의 내부거래 금액이 200억원 또는 연간 국내 매출의 12% 이상일 때 적용되는 일감몰아주기 규제 기준을 상장 여부에 관계 없이 20% 이상으로 단일화해 규제 대상을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지분요건을 판단할 때도 다른 계열사 등을 매개로 확보하고 있는 간접지분을 포함하도록 해 일감몰아주기 규제의 망을 촘촘히 하겠다는 구상이다.
 
기업의 불공정거래 행위를 고발할 수 있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역시 제도 보완 대상으로 지목되며 관련 개정안이 제출된 상태다. 19대 국회에서는 공정위가 불공정거래 행위 고발에 소극적이라는 비판 여론에 힘입어 감사원, 조달청, 중소기업청 등에 '고발 요청권'을 부여하는 데까지 제도개선이 이뤄졌으나 각 기관의 예산, 인력 부족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더민주 최운열 의원은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이 인정되는 법률인 공정거래법 외에 하도급법, 대규모유통업법, 가맹사업법, 대리점법 등에 규정된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을 일괄 삭제하는 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지난 6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재벌총수의 전횡을 견제하는 상법 개정과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폐지를 주장했다. 사진/뉴스1
 
한고은 기자 atninedec@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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