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 장애' 장애인 여부 규정 안 둔 것은 위법 " 첫 판결

법원 "불합리한 차별"…사실상 장애인 인정

입력 : 2016-08-21 오전 9:00:00
[뉴스토마토 이우찬기자] 이른바 틱 장애로 불리는 투렛증후군을 앓는 사람도 장애인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첫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법원이 틱 장애와 관련해 행정부가 아무런 법 규정을 두지 않은 것이 투렛증후군 환자들을 차별한 것이라고 처음 지적한 것이어서 확정 여부가 주목된다.
 
정신장애의 일종으로 알려져 있는 틱 장애를 가진 사람은 그동안 관련 법령에서 규정한 장애인등록의 대상이나 유형에 해당하지 않아 장애진단서를 발급받지 못했다.
 
서울고법 행정2(재판장 이균용)A(24)씨가 장애인 등록신청 반려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양평군수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패소로 판결한 1심을 깨트리고 원고승소로 판결했다고 21일 밝혔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음성 틱 증상을 겪은 A씨는 11살 때부터 증상이 악화돼 음성 틱과 운동 틱 증상을 함께 앓았다. 2005년에는 병원에서 투렛증후군으로 진단을 받았다. 2003년부터 10년 이상 약물치료를 받아온 A씨는 입원치료도 받았지만 증상이 나아지지 않았다.
 
A씨는 중학교 입학 뒤 정규 수업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주로 양호실에서 지냈다. 고등학교 진학 후 특수반에 들어간 그는 틱 증상으로 교사에게 욕을 하는 자신을 부끄러워해 학교도 가지 않으려고 했다. 19살 때 심리 발달장애 판정을 받고 군 면제를 받았다.
 
A씨가 밤낮을 가리지 않고 크게 소리를 질러 그의 가족은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는 생활하기 어려워 경기도 외곽으로 이사를 가야했다. A씨 부모는 문틈을 모두 방음으로 처리했다. 단발적인 괴성과 욕설로 A씨는 초등학교 졸업 이후 주위와 단절된 채 지낼 수밖에 없었다.
 
A씨는 201410월 옥천면에 장애인등록을 신청했다. 하지만 장애인복지법의 위임으로 행정기관이 제정한 시행령에는 틱 장애에 관한 아무런 규정이 없었다
 
양평군은 지난해 6월 한 병원에 A씨의 장애심사를 의뢰했다. 이 병원은 정신장애의 일종인 틱 장애에 해당하지만 관련 법령이 규정한 장애인 유형에 해당하지 않아 장애진단서를 발급할 수 없다고 회신했다. A씨는 그 해 7월 장애인등록을 신청했지만 필수 서류인 장애진단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반려처분을 받았다.
 
1심은 한정된 재원을 가진 국가가 장애인 생활안정과 재정 허용한도를 고려해 일정한 기준에 해당하는 장애인을 장애인복지법 적용 대상으로 삼아 우선적으로 보호하도록 한 것은 평등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며 원고패소로 판결했다.
 
하지만 2심 판단은 달랐다. 2심 재판부는 장애인복지법 2조에서 위임받은 시행령이 원고와 같은 틱 장애에 관해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않았다행정입법의 부작위로 원고는 장애인으로 등록을 받을 수 없게 됐고 장애인으로서 불합리한 차별을 받았다A씨 손을 들어줬다.
 
또 “A씨는 틱 장애로 앉아서 일을 할 수 없고, 다른 사람과 정상적인 대화도 나눌 수 없다면서 일상생활 제약이 심한데도 관련 시행령에는 틱 장애의 심한 정도를 묻지 않고 규정도 하지 않아 장애인으로 등록받을 수 있는 방법이 원천적으로 차단돼 있다고 지적했다.
 
투렛증후군은 운동 틱과 음성 틱 증상을 동반한다. 운동 틱은 특별한 이유 없이 자신도 모르게 얼굴이나 목, 어깨 등 신체 일부분을 빠르게 반복적으로 움직이는 증상이다. 음성 틱은 이상한 소리를 내는 병이다. 투렛증후군은 1만명당 4~5명에서 나타나는데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사진/뉴스토마토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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