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그동안 취약업종, 위기산업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살았던 건설업계가 올 2분기 개선된 실적을 내놓으며 한 고비 넘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분양시장의 호황이 지속되면서 재무구조가 안정된 덕분이다. 이로 인해 구조조정 대상 건설사가 대폭 감소하고 신용등급도 상승한 곳이 늘었지만 해외수주 시장 부진 등에 따른 불안감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중 삼성물산은 영업이익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2분기에 비해 영업이익이 60% 가까이 급증하며 창사 이래 분기 최대 실적을 냈다.
대림산업은 지난해 2분기와 비교해 영업이익이 116% 급증했고, 대우건설은 영업이익이 14% 증가하며 10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특히 7대 건설사인 현대건설, 삼성물산, 대우건설, GS건설, 대림산업, 현대산업개발, 삼성엔지니어링의 2분기 합산 영업이익률은 7%로 2011년 이후 5년 만에 가장 높았다.
대부분 해외사업 손실이 지속됐지만 국내 주택사업 실적이 크게 증가되면서 전체 실적을 개선한 덕분이다.
실적이 개선되면서 주택 사업 비중이 높은 건설사를 중심으로 신용등급도 상향됐다.
최근 건설공제조합이 발표한 7000여개 건설사의 신용등급 결과를 보면 신용이 비교적 양호한 BBB, BB 및 B등급 업체의 비중이 지난해와 비교해 5.1%p 증가한 29%로 나타났다.
올해부터 부도율, 유동성, 차입금 상환능력 등의 지표가 새롭게 반영됐음에도 불구하고 중소 하위등급 업체를 중심으로 신용등급이 전반적으로 상승한 것이다.
이와 함께 건설사들을 긴장하게 만들었던 금융감독원의 대기업 신용위험 정기평가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말부터 조선·해운산업에 대한 정부 주도의 강력한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건설업계는 다음 타깃이 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했지만 이번 평가에서는 워크아웃, 법정관리 대상 기업(6곳)이 지난해 13곳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감소하면서 한 숨 돌리게 됐다.
반면 건설업계의 고질병으로 지적됐던 미청구공사액은 감소하면서 재무적인 리스크는 줄었다. 1분기 비해 현대건설의 미청구공사액은 1900억원 가량 줄었고 대우건설과 대림산업도 1000억원 이상 감소했다.
올 들어 재무구조가 안정되고 주택사업을 중심으로 실적도 개선되면서 업계는 일단 안도하는 모습이다.
다만 지난 25일 정부가 집단대출을 줄이기 위해 주택공급을 조절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점차 강화되고 있는 점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들어 사회기반시설(SOC) 등 정부의 인프라 투자가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동안 효자노릇을 했던 국내 주택건설 일감마저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가계부채 대책의 일환으로 올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 공공택지의 공급물량을 6.9㎢에서 4.0㎢로 축소하고, 내년도 물량도 줄일 계획이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건설사에 대한 금융 대출 심사가 강화되고 회사채 발행도 어려워지면서 조선·해운에 이어 건설업이 세 번째 구조조정 산업이 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업계에서 팽배했었다"면서 "하지만 상반기 실적이 전체적으로 개선되면서 이제는 벼랑 끝에서 한 발 물러났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는 다만 "대형사의 경우 해외매출이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데 해외사업 회복이 늦어지고 있어 미래에 대한 걱정이 많다"며 "요즘 건설업계가 겉으로는 호황을 맞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부에서의 위기의식은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내 주택시장의 호황으로 주요 건설사의 실적이 개선됐지만 해외사업 부진에 따른 불안감은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사진은 지난달 12일 서울 영등포구 63빌딩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 아파트 단지의 모습. 사진/뉴시스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