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호석기자] 미국 GM이 독일 자회사 오펠의 매각계획을 철회한 것을 두고 국제적 논란이 이는 가운데 GM대우 문제와 관련해서도 GM의 신뢰성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글로벌 경제위기로 인한 자동차업계의 타격으로 오펠 역시 극심한 경영난에 빠지자 독일정부는 오펠의 파산으로 인한 대량 실직사태를 우려해 GM측에 매각을 전제로 45억 유로에 달하는 자금 지원 계획을 밝혔다.
이 가운데 15억유로는 이미 브리지론 형태로 GM측에 제공됐다.
GM도 오펠을 매각하는 것으로 방침을 정하고 인수자를 찾기 위한 작업을 진행했으며, 이 결과로 지난 9월 오펠 지분 55%를 캐나다 자동차 부품업체 마그나와 러시아 은행 스베르방크의 컨소시엄에 넘긴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경기가 회복국면에 접어들고 자동차시장이 서서히 기지개를 켜기 시작하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매각으로 인한 이익보다 계속 보유의 이익이 더 크다고 판단한 GM은 지난 3일 오펠의 매각방침을 철회하고 유럽 사업부의 구조조정에 들어가겠다고 전격 선언했다.
오펠 직원의 고용안정을 위해 거액의 지원금까지 제공하면서 매각을 적극 지원했던 독일정부는 GM의 방침 번복으로 갑작스레 대량해고 사태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
독일정부는 즉각 반발했고 양국 정상들까지 공방을 주고 받으며, 이 문제는 독일과 미국간 외교분쟁으로까지 번질 조짐이다.
GM대우의 경영정상화를 위한 산업은행의 자금지원 여부로 논란이 일고 있는 우리로서도 유럽에서 벌어진 GM의 약속 번복이 남의 일이 아닌 상황이다.
자회사 매각이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서도 약속을 뒤집었는데 GM이 GM대우의 미래에 특별한 확답조차 않고 있는 상황에서 GM대우를 어떻게 좌우할지 알수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벌써 상황이 어려워진다는 것을 전제로 사업 철수등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는 시각도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는 "독일의 사례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면서 "가장 염려스러운 것은 자금 지원을 받고 어느정도 시간이 지난 후에 사업규모를 축소하거나 아예 철수해버리는 상황인데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겠으나 상황이 변할 가능성은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또 "산은이 GM의 독단적 결정을 제어할 견제장치를 충분히 강구하고 현실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오펠은 유럽내 중소형차 생산및 개발에 강점을 갖고 있는 회사로 경차 생산기지라는 GM대우의 위상과 겹치는 부분도 있어 이번 매각결정 철회로 GM대우의 입지가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일각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지금 단계에서는 산은의 지원이나 GM대우의 미래에 대해서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윤태식 동부증권 선임연구원은 "지난번 헨더슨 GM 회장의 방한때 GM대우의 미래에 대해 아무것도 보장한 게 없었지만 아직은 좀더 상황을 지켜봐야 하는 시점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뉴스토마토 이호석 기자 aris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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